[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 시계 어디 갔어요?"
12일 인천공항. 오지환은 유독 부지런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가량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관련 수속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오지환의 손목이 눈에 띄었다. 그 유명한 한국시리즈 MVP를 위한 명품 시계가 없었다.
오지환은 2023년 LG 트윈스의 창단 통산 3번째 우승을 이룰 당시 주장이자 MVP였다.
LG 구단에는 1994년 두번째 우승 이후 마련된 우승 시계가 있었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직접 지시로 준비했던 것. 오지환은 시계에 담긴 의미를 고려해 반납했지만, 구단에서 새롭게 '억대' 고급 시계를 선물받았다.
오지환은 LG의 간판 스타이자 핵심 선수다. 축승회부터 각종 시상식까지 매년 그의 참석을 원하는 행사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그 시계를 차고 나타났던 그다. 작년 스프링캠프 출발 때도 오지환의 손목에는 그 시계가 반짝였었다.
그런데 이날은 차고 나오지 않은 것. 오지환은 시계의 향방을 묻는 질문에 '무슨 소리냐'는 듯 손을 내저은 뒤 "가방 속에 잘 있다. 미국 가면 바로 꺼내서 찰 예정"이라며 웃었다.
"오늘 너무 추워서, 차가워서 못 차겠더라. 이 시계는 저한텐 부적이고 자랑거리다. 항상 갖고 다닌다. 잃어버리면 사고다."
2023년에도, 2025년에도 시즌전 LG 트윈스가 우승후보 1순위는 아니었다. 반면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염경엽 LG 감독도 "올해는 우승을 위해 준비된 시즌이다. 지난 3년 대비 가장 완성된 전력으로 시작한다"고 했을 정도.
오지환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전력도 좋고, 팀 구성 자체가 좋다. 송승기 손주영 문보경 구본혁 다 어리지만 이제 큰경기 경험도 많은 선수들이 됐다. 당연히 우승을 원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려면 우선 정규시즌 우승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팀 전력은 좋은데 우리 힘보다 타팀의 힘이 좀 컸던 것 같아 찝찝한 마음도 있었다. 정규시즌 우승도 그랬고, 한국시리즈도 사실 한화(이글스) 하면 두 외국인 투수와 보통 2번 정도 만나야하지 않나. 그런데 예상대로 안 됐으니까. 최종적인 성적은 물론 좋았지만."
지난해 오지환은 다소 부진했다. 타율이 2할5푼을 간신히 넘기는데 그쳤다. 홈런 16개는 눈에 띄지만, OPS(출루율+장타율) 0.744는 2019년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오지환은 "이번 캠프에서 타격에 비중을 많이 두려고 한다. 수비는 물론 중요하지만, 타격 때문에 애매한 선수라는 평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완전 거포도 아니고, 타율이 높은 선수도 아니고…올겨울은 정말 이갈고 준비했다. 야구 잘하는 '관종(관심 종자)'이 돼보려고 한다"며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2023년 우승 후에 '왕조' 이야기를 했다. 말의 힘을 믿어야한다. 입밖으로 뱉어야 현실이 된다. 나도 '강팀' LG에 누가 되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 올해도 우리 목표는 우승이다. 아직 멀었다."
인천공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