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재능이 부족해서 실패한 투수가 아니다.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던 투수일 뿐이다."
한국 특급 유망주로 불렸던 심준석(22)은 최근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성공했다. 심준석은 지난해 8월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무적 신세로 있었다.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려면 마이너리그 계약뿐이었고, 투수 뎁스 강화를 원했던 메츠가 심준석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메츠는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이 운영하는 팀이다. 심준석이 미국에서 몸담았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마이애미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빅마켓 구단이다. 메츠에서 메이저리거로 도약할 수 있다면, 대반전 드라마를 쓸 수도 있다.
덕수고 에이스였던 심준석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전국구 최대어'로 눈길을 끌었다. 시속 150㎞ 중후반대 강속구를 쉽게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였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심준석은 고심 끝에 KBO 드래프트를 포기하고 미국행을 선택했다.
심준석은 고심 끝에 피츠버그와 75만 달러(약 11억원)에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스티브 샌더스 피츠버그 부단장은 당시 "분명히 심준석의 공은 전율이 흐른다"며 특급 유망주 쟁탈전에서 승리한 기쁨을 표현했다.
MLB.com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심준석은 2023년 1월 계약한 MLB 파이프라인 국제 유망주 상위 50명 가운데 투수로는 2위를 차지했던 선수다. 심준석은 파워 피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4가지 구종을 섞어 던질 줄 아는데, 직구는 100마일(약 161㎞)까지 찍을 수 있고 시속 90마일 중반까지는 편하게 던진다. 공에 회전을 잘 줄 줄 아는 투수고,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진다. 더 강해진 슬라이더를 추가했는데 커브와 슬라이더 모두 매우 높은 회전수를 기록했다. 체인지업은 조금 더 꾸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며 빠른 성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심준석의 미국 생활을 순탄하지 않았다. 피츠버그에서 첫해였던 2023년 루키리그 단 4경기에 등판해 8이닝,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고, 지난 시즌 도중 방출됐다. 3년 동안 싱글A 마운드도 한번 밟지 못한 배경에는 잦은 부상이 있었다. 방출 역시 부상 탓이었다. 마이너리그 3시즌 통산 성적은 17경기(선발 4경기), 3패. 21⅓이닝, 평균자책점 8.02로 참혹했다.
메츠는 왜 비운의 유망주 심준석에게 다시 기회를 줬을까.
미국 스포츠매체 '엠파이어스포츠미디어'는 '심준석이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한 것은 퍼포먼스 때문이 아니라 반복해서 부상에 발목을 잡힌 탓이었다. 메츠는 이런 맥락을 중요하게 여겼다. 심준석은 재능이 부족해서 실패한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재능을 펼칠 기회가 부족했던 선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메츠는 바로 심준석을 메이저리그에서 기용할 생각으로 계약한 게 아니다. 1~2년 정도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하게 등판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메이저리거로 제대로 육성해 보겠다는 각오로 데려갔다는 뜻이다.
엠파이어스포츠미디어는 '메츠는 심준석에게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건강하게 계속 이닝을 늘려가길 바라고 있다. 구단의 철학이 중요한 부분이다. 메츠는 옵션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저 최고 유망주를 원하는 게 아니라 유망주의 수도 중요하다고. 메이저리거로 절대 도약하지 못하는 투수들도 있겠지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투수도 몇몇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준석은 메츠의 기준에 완벽히 부합한다. 심준석은 그의 몸과 메커니즘을 충분히 리빌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리다. 제대로 시험해 본 적도 없기에 성장 기대치는 여전하다. 구속이 일부라도 회복되고, 나머지 구종도 준비가 된다면 선발이나 불펜으로 등판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곳에 압박감은 없다. 기회만 있을 뿐이다. 메츠는 심준석이 당장 메이저리그로 올라오길 바라지 않는다. 충분히 시간을 주는 것에 베팅한 것이다. 심준석이 성장해 투수 뎁스가 깊어진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