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대호가 직접 밝힌 '깜짝' 대만행 비하인드 "부산까지 찾아온 감독님 부탁…차마 거절못해" [인터뷰]

by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신인 때는 질문을 막 던졌다. '야구 잘하고 싶습니다', '살 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어린 선수들이다보니 질문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파릇파릇한 신인들과 만났다.

이대호는 1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강사로 참여, 10개 구단 140명(육성선수 포함)의 신인들을 앞에 두고 한시간 가까이 강연했다. 프로 무대에 입문한 신인으로서의 자세부터 목표 설정과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대호는 "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왔다. 하지만 사실 잔소리밖에 안된다"며 운을 ŒI다. 강연은 "첫인상을 잘 관리해라. 인사를 해도 뻔한 인사보단 '김코치님'을 붙이고, 항상 밝게 웃어라"라며 시작됐다. 시간 약속의 중요성, 멘털과 컨디션을 관리하는 방법, 프로로서의 자세,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하는 이유에 대한 디테일한 조언들이 이어졌다.

자신이 처음 1군에서 뛰게 된 이유에 대해 "호세가 배영수를 때리는 바람에 출장정지를 당했다. 투수로 들어와서 7월에 타자로 전향했는데, 9월에 갑자기 1군에 올라와서 8타수 4안타 쳤다"고 답해 좌중을 웃기는가 하면, 인생의 고난에 대해 "2년차에 몸무게가 105㎏라는 이유로 오리걸음하다가 무릎수술하고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답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또 "신인은 신인답게 거침없는 패기와 노력이 있어야한다. 가슴에 자기팀 로고가 있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라"며 야구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강연을 마친 이대호는 취재진과의 만남에 응했다. 그는 "기업이나 대학 강의는 좀 해봤는데, 야구 후배들에겐 처음인 것 같다. 22년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를 많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한국 야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이대호는 '신인 선수들이 질문을 잘 안한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거듭 표했다. 그는 "난 신인 때 별의별 질문을 다 던졌었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야구 선수들이 이런 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 Q&A를 최대한 길게 진행했다. 그런 적극적인 질문 하나에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재원은 유신고 처음 갔을 때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눈에 띈 선수였다. 또 불꽃야구 같이 했던 김민범(SSG 랜더스) 박준영(한화 이글스) 같은 선수들이 눈에 띄더라. 프로에 왔다고 절대 안주하면 안된다. 올해 130명? 내년에도 130명의 선수가 들어온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하고 먼저 준비하는 모습을 구단에 어필해야한다. 이제 프로에서 밀려나면 평생 해온 야구를 내려놓게 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한다."

이대호는 지난해 롯데의 끔찍한 추락에 대해서는 "야구가 그런 스포츠 아니겠나. 한화처럼 또 잘되서 한국시리즈를 가는 팀도 있고, 삼성이나 LG는 항상 상위권인데…난 롯데팬으로서 열심히 응원할 뿐"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대만 중신 브라더스에 스프링캠프 인스트럭터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뜨거운 화제가 됐다. 이대호는 "전부터 (히라노 게이치)중신 감독님이 계속 부탁을 하셨고, 심지어 올겨울엔 부산까지 찾아오셨다. 저보다 선배인데도 '대호 상, 길게 안와도 되니까 어떻게든 시간 한번 내줄 수 있겠나' 부탁하시는데 마냥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히라노 감독은 선수 시절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2루수로 뛰었고, 특히 2012~2013년에는 이대호와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

이대호는 "사람은 나를 찾아주는 곳에 가야한다"면서 "요즘 대만 야구가 잘하는데, 한번 공부할 시간도 되는 것 같았다"는 속내도 전했다.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해서는 "국가대표를 많이 해봤지만, 갈 때마다 엄청 부담되는 자리였다. 열심히 안하는 선수가 어디 있고, 생각대로 다 되는 야구가 어디 있겠나. 팬들꼐서 응원만 해주셨으면 좋겠다. 응원 많이 해주시면, 그 선수들도 부담감을 더 내려놓고 야구에 집중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타니(쇼헤이, LA 다저스)야 당연히 좋은 선수지만, 그도 사람이다. 컨디션이 어찌될지 모르는 거다. 국제대회는 결국 투수 싸움이다. 타자는 3월에 몸상태를 만들기 어렵다. 우리 투수들이 준비를 잘하고 있고, 류지현 감독님 이하 코치들도 연휴 반납하고 미리 대표팀 소집해서까지 이렇게 매달리고 있지 않나. 팬들의 관심과 긍정적인 응원의 기운이 선수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큰 무대인 미국에서 많이 뛰어본 선수들이 잘해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타자들이 잘 쳤으면 좋겠다."

이대호는 말 그대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다. 경남고 졸업 후 프로야구에서 17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4시즌, 미국프로야구(MLB)에서 1시즌을 뛰었다.

특히 한국 무대 기준 롯데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통산 타율 3할9리 374홈런 1425타점 2199안타을 기록했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타격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동시 1위)을 달성했고, 그 중에서도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을 휩쓸었다. 9경기 연속 홈런이란 최다 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까지 세웠다.

일본에서 4년 동안 타율 2할9푼3리 98홈런 348타점을 기록했고, 시애틀에서도 14개의 홈런을 치며 한미일 통산 486홈런을 기록했다.

2022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론 아직 야구계에서 공식적인 직함은 갖지 않았다. 다만 야구 예능에서 여전히 4번타자의 위엄을 뽐내는 한편, 지상파에서 유튜브에 걸쳐 방송인으로도 전방위적으로 활동중이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