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레전드는 레전드였다. 전무후무 타격 7관왕, 이대호의 호소가 어린 신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대호가 모처럼 예능이 아닌 야구 현장에 섰다. 이대호는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강사로 참석, '프로의 자세'에 대해 특강에 나섰다.
한국에서 17년, 미국과 일본에서 5년, 합쳐서 22년간 프로 무대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그다.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던 현역 마지막 시즌조차 타율 3할3푼1리 23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1을 찍었던 괴물. 프로야구 44년 역사를 통틀어도 손가락에 꼽힐 전설 그 자체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속에 제대로 꽂혔다.
이대호가 신인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첫인상'이다. 흔한 '안녕하십니까'가 아니라 '김코치님'처럼 분명하게 상대가 특정되는 호칭과 함께 인사를 하라는 것. 그 이유도 명백했다.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라는 설명이다.
시간을 철저하게 지킴으로써 프런트나 감독, 코치들에게 어필하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이대호는 "한번 늦으면 버릇이 된다. 핑계대지마라. 먼저 움직여서 준비하는 선수가 돼라"라고 후배들에게 부탁했다.
프로로서의 자신에게 '책임을 지라'는 말도 수차례 강조했다.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야구장 밖에서 친구들과 밥먹을 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입조심, SNS에서도 말 조심을 하라는 것. 이대호는 "안 좋게 볼 여지를 주지 마라. 너희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팬이다.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라. 주위에는 눈과 귀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프로다운 몸관리에 대한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대호는 "프로 선수가 절대 해선 안되는 일, 바로 야구장 밖에서 다치는 거다. 여름에 감기 걸리지 않는 것도 자기관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예로 "여름에 더워도 에어컨 끄고, 창문 닫고 자라. 그러면 냉방병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 태어나서 스키장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왜? 한번 다치면 크게 다치니까. 적어도 선수생활하는 동안은 안하는게 기본"이라고 했다.
"난 뚱뚱한 야구선수였다. 그게 콤플렉스였다. 144경기 다 뛰려면 시즌 중에는 다이어트를 못한다. 그러니 비시즌 2달 동안은 술 한잔도 마시지 않고 다이어트에 집중했다. 그렇게 먹는거 좋아해도 안 먹는다. 늦게 자도 오전에 일어나 사우나를 가서 뜨거운물 찬물을 3번 왕복한다. 경기를 앞두고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그리고 경기 전 연습 때 내가 뛸 수 있는 최고 속도로 3~5번 스프린트를 한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지 않는 비결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 주위에서 날 뜯어말릴 정도가 돼야 노력이다. 나이든 30대, 40대 선수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것에 더해서 당신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는 말은 이날 현장을 찾은 신인들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신인들 중 이날 이대호의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이 순간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야한다. 선발을 하고 싶다면? 150㎞ 구속을 꾸준히 유지하며 100구를 던질 수 있어야한다. 구속에 자신있고, 10~20개 전력투구가 가능하다면 불펜을 노려야한다. 직구 하나로는 안된다. 난 은퇴한지 4년 됐지만, 지금도 150㎞ 직구는 칠 수 있다. 그러니 최소한 날카로운 변화구 하나는 필요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잡아라.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직시하고, 노트에 적어라. 그리고 코치님들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맞춤 훈련을 해라."
이대호는 "신인은 신인다워야한다. 거침없는 패기를 지녀야하고,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면서 "여기 이 자리에 각자 자기팀 점퍼를 입고 오지 않았나. 언제나 내 가슴엔 우리팀 로고가 있다! 라는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라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이야기에 빠져든 신인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강연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이대호는 "22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걸 최대한 많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몇명이라고 생각을 바꿔서 좋은 쪽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잔소리로만 들릴까 싶어 Q&A를 최대한 길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올해 신인이 130명? 내년에 그만큼 또 들어오지 않나. 상위픽은 시간을 좀더 받기야 하겠지만…목표하던 프로무대에 왔는데, 막상 여기서 흐지부지하면 더이상 갈 곳이 없다. 최소한 10년 넘게 해왔을 야구를 내려놔야한다. 재능만이 전부가 아니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 항상 먼저 준비하는 모습으로 구단에 자꾸 어필하는 선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