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펼쳐지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여러 전통으로 유명하다.
그 중 하나는 80년 가까이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 않은 것. 여성 인권 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음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이 고리타분한 전통은 201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투자자 달라 무어를 회원으로 받아 들이면서 사라졌다.
'금녀 전통'이 이어지던 이 시절엔 한 번의 '말 실수'로도 오거스타 내셔널에 출입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서 27년 간 골프 중계를 맡다 2021년 퇴사한 아나운서 케니 메인은 18일(한국시각)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마 나는 평생 (오거스타 내셔널) 출입금지일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밝힌 일화는 이렇다. "TPC 소그래스, US오픈 등 여러 골프 중계를 맡았다"고 밝힌 메인은 "TPC에서 언젠가 '마스터스에서 뵙겠습니다. 매력적인 여성 4명과 함께 말이죠!'라는 건방진 멘트를 했다. 여자들과 함께 골프를 치러 간다는 얘긴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바보 같은 소리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오거스타 내셔널 측에서 ESPN 중계차로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그때 생방송 중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중계차 내부 전화번호를 알고 있더라. 그들은 전화로 '그는 (오거스타 내셔널에) 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 나는 (마스터스) 중계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미국 방송사들에게 받는 마스터스 중계권료는 대회 규모, 위상, 시청자 수를 고려하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대신 중계사는 시간당 4분 이상 광고를 할 수 없고,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대회 갤러리를 패트론(Patrons·후원자), 러프를 세컨드 컷(Second cut) 등 오거스타 내셔널이 요구하는 대로 말해야 한다. 대회 중 총상금 규모도 언급할 수 없다. 국내 중계권료를 적게 받아도 입장 수익 및 기념품 판매, 해외 중계권료로 대회 운영 및 상금 지급, 코스 관리까지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는 출전 선수들이 빚어낸 여러 명승부와 스토리로 골프 팬의 사랑을 받았다. 대회 흥행이 오거스타 내셔널의 성장과 지금의 전통, 자금력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의 전통 고수는 오랜 세월 쌓아온 스토리와 품격을 빛내는 요소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전통을 이유로 펼쳐지는 고압적 운영과 폐쇄성은 매년 대회를 전후해 거론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1990년대 이후에서야 유색인종 회원을 받아들이고 21세기에 여성 회원 가입을 허용하는 등 인종-성차별의 흑역사를 가진 것이나, '마스터스'라는 대회 명칭이 노예제 시대에나 나올법 한 시대착오적 구습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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