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선발 한 자리를 맡고 싶다고 하더라."
존 슈나이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의 말이다. 지난해 토론토에서 마이너리그 계약 선수 성공 신화를 쓴 좌완 에릭 라우어가 당찬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연봉 조정 신청에 이어 원하는 보직까지 어필하며 FA 잭팟을 터트리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라우어는 1년 전만 해도 KIA 타이거즈와 재계약만 간절히 바랐던 선수였다. 2024년 시즌 도중 KIA에 합류해 통합 우승을 함께했고, 2025년에도 한국에서 도전을 이어 갈 의지가 있었다.
KIA는 라우어에게 "제임스 네일과 재계약하지 못하면 너와 계약하겠다"고 했다. 라우어는 재계약 오퍼를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네일이 KIA 잔류를 결심하면서 라우어의 계산이 꼬였다.
라우어는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 재입성을 노렸다. 결과는 인생 역전. 라우어는 28경기(선발 15경기)에 등판해 9승2패, 1홀드, 104⅔이닝,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시즌 도중 5선발로 맹활약하며 토론토가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정규시즌 막바지에는 불펜으로 밀렸지만, 라우어는 지난해 10월 28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에 구원 등판해 4⅔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한번 더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록 토론토는 연장 18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대6으로 석패했지만, 라우어의 투혼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 결과 연봉 조정 신청까지 갔다. 라우어는 지난해 연봉 220만 달러(약 31억원)를 받았는데, 올해는 575만 달러(약 83억원)까지 인상하길 원했다. 연봉 조정 위원회가 구단의 손을 들면서 라우어가 원했던 금액은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두 배 인상된 440만 달러(약 63억원)로 확정됐다.
라우어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이 원하는 보직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불펜보다는 선발 보장을 원한다.
슈나이더 감독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라우어는 선발 한 자리를 맡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이미 자리가 다 차 있긴 하지만, 스프링캠프 기간에 일단 라우어를 선발투수로 준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MLB.com은 22일 '라우어는 올봄 하위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셰인 비버가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동안 6선발을 맡는다. 문제가 생기면 지난해 15차례 중요한 선발 등판을 했던 것처럼 라우어는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전망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면 라우어는 불펜에서 롱릴리프를 맡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토론토는 올겨울 딜런 시즈와 코디 폰세를 영입하면서 맥스 슈어저와 크리스 배싯의 빈자리를 채웠고, 신성 트레이 예세비지와 호세 베리오스도 건재하다. 라우어가 들어갈 틈이 크진 않다.
라우어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선발로 준비하는 게 내게 가장 좋은 일이다. 그게 내가 평소에 하는 일이고, 그렇게 준비한다. 지난해 보직을 왔다 갔다 했던 일은 장기적으로 내게 안 좋은 일이었다. 신체적으로 문제는 없었지만, 마음이 그랬다. 지난해와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고, 선발투수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MLB.com은 '라우어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시장에 뛰어들 때 순수 롱릴리프, 스윙맨, 안정적인 선발투수는 전혀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 다른 미래를 맞이한다. 올해 라우어에게는 많은 것이 걸려 있지만, 어떻게든 토론토에 가치가 있는 선수가 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1년 전처럼 보이든, 선발이나 불펜 한쪽으로 방향을 정하든, 라우어의 이닝 능력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우어는 2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은 20구를 던졌고, 캠프가 끝날 때쯤에는 75구까지는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로 끌어올리려 한다.
라우어는 "가능한 많은 선발투수를 준비시키는 게 좋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까"라며 선발 로테이션 진입 희망을 키웠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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