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6 월드베이스볼(WBC) 최대 이변의 팀은 두 말 할 것 없이 이탈리아다.
본선 1라운드에서 '종주국' 미국을 탈락 벼랑 끝으로 몰아 붙이는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만들더니, 8강에서도 한 수 위로 꼽혔던 푸에르토리코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 비록 베네수엘라에 막혀 결승행에는 실패했으나, 대회 전까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탈리아 야구의 질주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홈런을 치고 돌아온 뒤 푸른 색 와이셔츠를 입고 더그아웃 커피머신에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들이키는 세리머니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이탈리아의 프란시스코 체르벨리 감독은 브라질전에서 8대0으로 승리한 뒤 "이탈리아에선 하루에 커피를 20잔 정도 마시는 것 같다"며 "길을 걷다가 커피숍에서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다시 길을 나서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게 바로 이탈리아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물론 모든 선수가 커피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브라질전에서 홈런을 터뜨렸던 단테 노리(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난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에스프레소) 맛이 별로였다. 첫 잔은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두 번째는 좀 괜찮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런 이탈리아의 파란을 이끌었던 커피머신이 경매에 나왔다. 아이디어를 낸 건 이탈리아 대표팀 주장으로 뛰었던 비니 파스콴티노(캔자스시티 로열스). 다른 출전팀이 유니폼, 모자 등을 경매 물품으로 내놓은 반면,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들의 분신과 다름없던 커피머신을 택했다. 수익금 전액은 자폐 아동 및 청소년을 지원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파스콴티노는 "일부 선수 가족이 해당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모든 팀원과 상의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유명 커피 브랜드에서 제작한 이 커피머신에는 대표팀 로고가 붙어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모델과 차이가 없기에 실제 가격이 비싼 축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 309명이 입찰에 참여하며 이탈리아 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최종 낙찰가는 1만6510달러(약 2474만원)로, 동일 모델의 시중 판매가보다 100배 가까운 금액이 나왔다. 야구를 향한 열정 하나로 뭉쳐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들의 여정은 뜻깊은 선행으로 마무리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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