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1위 미쳤다' KIA 에이스 등극, 처절한 반성 덕분이었다…"내가 어떤 욕심이 없다는 거지?"

KIA 타이거즈 황동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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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어떤 욕심이 없다는 거지? 이런 고민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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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우완 황동하는 이범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4년부터 롱릴리프 또는 대체 선발투수로 기용됐다. 롱릴리프는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5회까지만 이닝을 끌어주면 되겠지', 대체 선발투수로 나갈 때는 '4이닝이나 5이닝만 던지면 뒤에서 막아주겠지'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 본인의 보직이 딱 그정도의 힘만 쏟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하루는 황동하를 불러서 "너무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따끔한 말을 남겼다. 무슨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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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릴리프와 대체 선발투수가 빛나는 보직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종 꿈이 선발투수라면 자리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됐다. 선발진에 구멍이 났을 때 제일 먼저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투수라는 뜻이고,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대체' 딱지를 떼고 정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도 모자랄 판에 '나는 이 정도만 하면 돼'라고 스스로 선을 그었다. 그러니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황동하는 "그때는 내가 계속 대체 선발투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5이닝만 던지면 알아서 뒤에서 막아준다는 생각이었다. 그냥 최대한 내가 할 것만 하고, 4회나 5회 그정도만 던져도 스스로 만족했던 것 같다"고 처절하게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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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드디어 황동하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개막에 앞서 5선발 경쟁에서 김태형에게 밀렸을 때 시범경기까지 황동하의 구위가 더 좋았던 게 사실이다. 이 감독은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래도 경험이 많은 황동하가 롱릴리프로 대기하는 게 팀 전력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김태형을 5선발로 먼저 기용했다.

하지만 김태형도 황동하도 각자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지 못했다. 황동하는 롱릴리프로 등판한 7경기에서는 11⅔이닝, 평균자책점 10.03에 그쳤다. 김태형은 2군에서 재정비를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고, 결국 황동하가 지난달 26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 시작했다.

2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2회초 투구를 마친 황동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6.04.26/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KIA 황동하가 역투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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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첫 등판은 4이닝 2실점에 그쳤지만,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 2일 광주 KT 위즈전 7이닝 무실점, 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6이닝 1실점, 14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 6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쳐 선발 3연승을 달렸다.

황동하의 선발 4경기 평균자책점 2.35로 팀 내 선발투수 가운데 1위다. 퀄리티스타트는 3차례로 국내 투수 중에 1위다.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회), 아담 올러(4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닝을 끌어주고 있다. 최근 네일과 올러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 당장 성적만 놓고 보면 현재 KIA 선발 5명 가운데 1선발은 단연 황동하다.

황동하는 "기분 좋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인데, 좋은 상상을 많이 해서 지금 마운드에서 이렇게 활약할 수 있는 것 같다.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침 선발 기회를 받아서 준비를 잘했다 보니까 좋아진 것 같다. 투구할 때는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그냥 타자랑만 승부한다는 생각이다. 그냥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자는 생각으로만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무조건 6~7이닝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황동하는 "감독님이 2024년과 2025년에 나한테 너무 욕심이 없어 보인다고 하셨는데, 그때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내가 어떤 욕심이 없지 이런 고민을 했다. 진짜 선발 기회가 왔을 때 이번에는 나도 욕심을 한번 내고 싶어졌다. 저녁에 자기 전에도 '욕심을 내서 내가 이닝을 끌어가 보자'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 욕심을 내니까 더 좋아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이닝을 더 길게 끌고 싶고, 잘 던져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했다.

이날은 한 가지 욕심이 더 생겼다. 다음에는 두산 강타자 양의지를 잡아보는 것. 양의지는 황동하에게 투런 홈런과 안타, 솔로 홈런을 차례로 뺏으며 끈질기게 괴롭혔다. 황동하의 3실점 모두 양의지에게 홈런을 허용한 결과였다. 투런포는 직구, 솔로포는 커브가 맞아 나갔다.

황동하는 "'커브는 못 치겠지'하고 던졌는데 맞아서 아쉽다. 다음에 또 승부하고 싶다. 양의지 선배한테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다음번에는 꼭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KIA 타이거즈 황동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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