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3일 2군행 직전, 강민호(41)에게 박진만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민호야, 좀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이번에 한번 쉬고 올래?"
"솔직히 좀 힘들기는 했어요. '감독님 도움이 안 돼서 죄송합니다. 한 번 한번 쉬고 오겠습니다'라고 했죠. 감독님께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일 간 저한테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주신 것 같아요. 뭔가 그 시간을 좀 알차게 보내고 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던 강민호가 돌아왔다.
2군 가기 전 27경기 0.197에 그쳤던 레전드. '에이징 커브인가?' 의구심이 들던 찰라에 불과 열흘 만에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13일 잠실 LG전 적시2루타 두방 포함, 3타수2안타 2타점. 14일 LG전은 2회 시즌 첫 홈런과 5회 결정적 2타점 적시타 포함, 4타수2안타로 3타점을 올리며 9대5 승리를 이끌었다.
복귀 후 2경기 7타수4안타(0.571) 5타점. 포수로서는 선발 양창섭의 공격적 투구를 유도하며 5이닝 2실점(1자책) 시즌 2승째를 도왔다.
2군행 전후,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을까. 딱 하나, 마음이 달라졌다.
"2군에 있던 열흘은 '왜 야구를 하고 있을까' 고민하던 시간이었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버리고 현재, 이 타석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부진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를 깨운 것은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었다.
"사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잖아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리셋했습니다."
유일한 팀 선배 최형우(43)의 한마디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민호야, 이젠 좀 내려놓고 해도 돼"라는 말 한마디가 메커니즘적인 조언보다 더 큰 힘이 됐어요."
마음을 비운 베테랑 포수는 대체 선발 양창섭을 영리하게 리드했고, 타석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시타를 날리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강민호는 자신이 없는 동안 연승을 달려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안방을 지킨 아끼는 포수 후배 김도환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늘 도환이에게 '너 주전이 되면 난 정말 기쁘게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비록 잠시 부상으로 내려갔지만, 곧 다시 올라와 함께 할 것"이라고 함께 삼성 안방을 지킬 그 날을 기대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베테랑 포수와 부쩍 성장한 젊은 포수의 시너지. 삼성 안방이 갈수록 단단해질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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