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심전도 분석 기술을 활용해 무증상 심장 기능 저하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부전은 심장이 몸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심혈관계 질환이다.
특히 심부전의 초기 단계인 무증상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asymptomatic left ventricular systolic dysfunction)는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더라도 놓치기 쉽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향후 심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현재는 이를 진단하기 위해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하지만, 모든 수검자에게 시행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이희선·이태민 교수 연구팀은 2011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4만 713명을 대상으로, 총 6만 711건의 심전도-심장초음파 검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심장초음파에서 좌심실 박출률(LVEF), 즉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내보내는 혈액의 비율이 40% 이하인 경우를 '무증상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로 정의하고, AI 기반 심전도 분석 모델이 해당 고위험군을 얼마나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분석 결과, 전체 검사 중 무증상 심장 기능 저하가 확인된 사례는 32건(0.054%)이었다.
이처럼 실제 환자는 드물었지만, AI-심전도는 이 중 29건을 고위험군으로 확실히 분류했다. 특히 위험이 낮은 사람을 정확하게 걸러내는 성능을 보여(음성예측도 100%), 연구팀은 AI-심전도가 건강검진 현장에서 추가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AI-심전도가 고위험으로 분류한 사람에게 추가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경우, 약 13건의 심장초음파 검사만으로 무증상 심장 기능 저하 환자 1명을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건강검진 현장에서 효율적인 선별검사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무증상 심장 기능 저하가 확인된 환자 32명 중 과거 심전도 기록이 있는 16명을 추가 분석한 결과, 이 중 12명(75%)은 실제 진단 이전부터 AI-심전도에서 심장 수축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는 고위험 신호가 나타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AI-심전도가 현재의 심장 기능 저하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심부전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 경고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희선 교수는 "초기 심장 기능 저하는 증상이 없어 검진 과정에서도 놓치기 쉽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심부전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간단한 심전도 검사만으로도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교수는 "최근 다양한 AI 의료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실제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심전도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심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JACC: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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