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센스는 갖고 태어나는 거다. 어떻게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
'국민유격수'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지론이다. 빠른발 대신 탁월한 센스를 발휘해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그이기에 더욱 의미깊은 얘기다.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박진만 감독은 전날 2-2로 맞선 8회말, KIA 타이거즈 아데를린의 타석 때 직접 내야진의 수비 위치를 조정한 것에 대해 묻자 "만루니까, 1점도 주면 안되는 상황이라"라며 웃었다.
"아데를린은 잡아당기는 타자라 우측보다 좌측으로 가는 타구가 많으니까, 2루수 수비위치를 조정했다. 또 내야진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병살 구도보다 한두발 앞으로 당겼다. 잘맞은 타구는 병살을 노리고, 빗맞은 타구는 홈으로 간다는 구성이었다."
기본적으로 박진만 감독의 의도대로 맞아떨어졌다. 아데를린의 빗맞은 타구는 2루 베이스 앞쪽으로 튀었고, 삼성 2루수 양우현이 지키고 선 바로 그 자리였다.
그런데 여기서 양우현의 선택이 중요했다. 홈이냐 병살이냐의 기로에서 양우현은 '백스텝으로 2루를 밟고 1루에 던져도 충분하다'는 계산을 순간적으로 끝낸 것.
박진만 감독은 "진짜 말 그대로 센스 넘치는 플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타구가 노린 대로 가긴 했는데, 조금 느렸다. 아데를린이 발이 느리긴 한데, 이걸 어떻게 병살로 만드냐가 문제였다. 기술적인 건 반복훈련을 많이 하면 되는데, 센스는 시킨다고 되는게 아니다. 타고나야한다. 또 수비도 자신감이다. 타격하고 똑같다. 그 상황에서 백스텝으로 베이스를 밟고 1루로 던진다는 발상이 정말 놀라웠다."
특히 양우현은 스프링캠프 전까지 5㎏, 시즌 중에도 5㎏ 감량을 통해 총 10㎏ 감량을 하며 민첩함을 끌어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확실히 날렵해졌다. 수비 범위가 넓어졌다. 지난 NC 다이노스전 1,3루 상황에서 박민우의 2루 옆쪽 빠지는 타구를 양우현이 건져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확실히 감량 효과가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삼성은 8~10회 3이닝 연속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이재현 김영웅 등 가뜩이나 부상자가 많은데다, 경기 후반 교체로 인해 주전 선수는 1루수 디아즈 뿐이었다. 2루 양우현-유격수 김상준의 키스톤 콤비는 1군 기준 경험도 많지 않고, 서로의 호흡도 맞춰본 적이 별로 없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끄럽게 3번의 병살을 처리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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