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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치홍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리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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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재목을 보는 눈은 어떤 감독이든 비슷하다. 조 전 감독에 이어 지난해부터 새로 팀을 맡은 선동열 감독 역시 공수주에 두루 걸친 안치홍의 자질에 큰 기대를 걸었다. 안치홍은 지난해에도 전경기 출전에 1경기 모자란 132경기에 나와 2할8푼8리 타율에 3홈런 64타점 20도루로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허덕이던 팀을 지켜냈다.
그런 안치홍이 올해는 갑작스러운 난조에 빠졌다. 개막 후 팀의 전경기인 31경기에 모두 나왔는데 타율이 겨우 1할7푼4리에 머물렀다. 수비력은 이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실책이 1개 밖에 없었고, 실점을 막아낸 호수비도 수차례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타격이 풀리지 않는 바람에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갔다.
코칭스태프는 '금세 풀리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며 기다려줬다. 그러나 안치홍은 '더 이상은 안된다'는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결국 안치홍은 이순철 수석코치를 찾아가 "이대로는 안되겠습니다. 2군에 보내주십쇼"라는 요청을 하게 된다.
2군행을 자청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더군다나 특별한 부상이 아니라 부진에 의한 2군행이라 언제 1군에 오게될 지 기약도 없다. 그래도 안치홍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안치홍은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1군에 남아있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본인과 팀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안치홍은 "나 스스로 뭔가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다. 2군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실력을 다시 키워서 새롭게 도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성장통 겪는 안치홍, 시간이 약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는 불안한 미래 앞에 흔들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안치홍에게도 역시 이러한 격려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기다. 숨가프게 달려온 지난 4년간을 잠시 되돌아보고 새로운 성장을 위해 숨고르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제 겨우 23살 청년이기 때문이다. 안치홍이 지금 겪고있는 시련은 젊음의 특권이자 기회일 수 있다.
그래서 KIA 코칭스태프 역시 안치홍의 2군행에 대해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선동열 감독은 "본인이 스스로 원한 2군행이니 가서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길 바란다"고 했다. 이 수석코치 역시 "지금의 안치홍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기다. 이런 때에 2군에서 다시 스스로 처음부터 정리를 하면서 좋았을 때의 느낌을 되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현재로서는 코칭스태프가 딱히 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슬럼프 탈출의 열쇠는 안치홍 스스로 쥐고 있는 셈이다. 안치홍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어찌됐든 안치홍은 'KIA의 미래'임에 틀림없다. 스스로 극복해서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
2군에 내려간 직후 안치홍은 말했다.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다.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에 2군 경기에 나가서 감각을 되찾겠다". 사실상 기약없는 2군행이다. 안치홍의 수비의 빈자리는 박기남이나 윤완주 등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력 역시 현재로서는 특별한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안치홍은 어찌보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신인 시절로 다시 돌아가 밑바닥부터 새로운 경쟁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팀의 주전 2루수로 4년간 활약해왔던 안치홍에게는 분명 큰 시련이다. 그러나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면 안치홍은 이전보다 한층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성장을 위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안치홍이 이 시련의 기간을 잘 극복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