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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승리는 얻지 못했지만 수확은 있었다. 'LA몬스터' 류현진이 애틀랜타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덩달아 신인왕 경쟁도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부상 후유증 No! 조금 아쉬웠던 2회초 19구
이날 류현진의 직구 최고구속은 95마일(약 153㎞)이 찍혔다.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친 3회초 2사 후 저스틴 업튼 타석이었다. 애틀랜타의 대표적인 스타, 업튼은 8구만에 들어온 강속구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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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기 초반엔 투구수로 인해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1회와 2회 모두 주자를 내보내며 19개씩 던졌다. 3회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음에도 투구수가 20개에 이르렀다. 몸쪽 공에 박했던 대일 스캇 주심의 좁고 변덕스런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위타선을 상대했던 2회는 다시 되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6번 크리스 존슨부터 이어지는 타순. 2사 1,2루 위기를 허용했던 1회를 잊고 투구수를 아낄 만한 기회였다.
하지만 2사 후 B.J.업튼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하고도 4구째에 안타를 맞았다. 업튼 타석에서 류현진은 직구만 4개를 던졌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93~94마일(약 150~151㎞)가 나오면서 잘 들어갔지만, 계속해서 같은 공을 던진 건 패착이었다. 유인구가 하나 나올 만한 타이밍에 또다시 정면승부를 하다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투수 폴 마홈. 6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긴 했지만, 투구수를 아껴야 할 순간에 그것도 투수에게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마홈은 5구를 파울로 커트해낸 뒤 6구째 슬라이더에 헛방망이를 돌렸다. 힘으로 윽박질러 빠른 카운트에 잡아내는 게 효율적일 수 있었지만, 류현진은 초구와 5구째에만 직구를 던졌다.
8회 교체되기 전엔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매팅리 감독은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다. 류현진은 "괜찮다"며 이닝을 마무리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미 111구를 던진 상황. 아쉽게 저스틴 업튼에게 초구에 내야안타를 맞고 교체되긴 했지만, 교체를 지시하는 대신 투수 본인의 의사를 묻는 '에이스급' 대우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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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유력후보 4명 중 3명이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4월과 5월, 두 달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을 수상한 애틀랜타 포수 에반 개티스, 그리고 LA다저스의 3선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는 '쿠바산 몬스터' 야시엘 푸이그가 그 주인공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셸비 밀러를 제외하곤 모두 나왔다.
일단 류현진은 개티스와 세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1회 2사 1,2루의 실점 위기에서 만난 첫번째 타석에선 2구만에 92마일(약 148㎞)짜리 직구로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개티스는 바깥쪽으로 들어간 직구를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했다.
4회 무사 2루 위기에서도 역시 바깥쪽 직구가 승부구였다. 볼카운트 1B2S에서 92마일짜리 직구로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6회엔 높은 커브로 3루수 앞 땅볼로 돌려세웠다.
개티스는 철저하게 바깥쪽 공에 약점을 보였다. 또한 체인지업 1개를 제외하곤, 직구와 커브 만으로 승부했다. 개티스의 약점을 완전히 파악하고 경기에 나섰다는 증거다.
하지만 류현진의 호투는 푸이그의 엄청난 임팩트에 가렸다. 현지 언론에서도 "전날 잭 그레인키와 마찬가지로 푸이그에게 묻혔다"고 평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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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이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후 5경기서 4홈런을 때려낸 두번째 선수가 됐다. 전날 그레인키는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켰지만, 8회 터진 푸이그의 데뷔 첫 만루홈런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리드오프로 나선 푸이그는 홈런을 때려낸 6회 내셔널리그 1번타자의 덕목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로 타석에 들어선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3회 두번째 타석에서 푸이그는 초구를 건드려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바로 앞에서 9번타자 류현진이 아웃되면서 2사가 됐기에 이닝 종료 전까지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성큼성큼 타석에 들어선 푸이그는 1구 만에 물러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코칭스태프에게 언질을 받아서일까. 6회 2사 후 마찬가지 상황에선 달랐다. 푸이그는 대기 타석에서부터 시간을 끌었다. 타석에 들어간 뒤에도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배트를 다시 매만졌다. 누가 보기에도 투수 류현진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다.
류현진과 푸이그는 홈런 이후 따로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칠 정도로 친밀해졌다. 타국 리그에서 온 루키 아닌 루키들. 물러설 수 없는 신인왕 경쟁을 펼치게 됐지만, 류현진은 '특급 도우미' 한 명을 얻게 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