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 논란은 시즌을 치르다보면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사인 훔치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회운영요강에 하지 못하도록 한 일이다. 즉 불법이란 것. 그러나 증거를 대기란 힘들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상대가 사인을 훔쳤다고 판단되면 빈볼을 던지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3일 인천에서 열린 SK-두산전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3회초 2사후 오재원 타석 때 SK 선발 윤희상이 초구에 오재원의 머리쪽으로 공을 날렸다. 공이 높았고 오재원이 피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윤희상과 오재원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전체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나온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큰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금세 끝나 경기는 속개 됐다.
사인 훔치기 논란 속에서 당했다는 쪽은 불만을 표출하고 훔쳤다고 의심을 받는 팀은 아니라고 억울함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인 훔치기는 2루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보고 코스나 구종을 미리 약속된 몸짓으로 타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주자가 2루에 있을 땐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위장 사인을 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쓴다.
다른 방법으로 사인을 훔친다고 주장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0년 9월14일 부산경기서 SK가 롯데가 주루 코치를 이용해 사인을 훔친다고 주장했다. 당시 0-0이던 3회말 롯데가 SK 선발 김광현을 공략해 3루타와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은 직후 SK 김성근 감독이 주심에게 항의했다. 박계원 3루코치가 포수의 사인을 본 뒤 공필성 1루 코치에게 알려주고 이를 다시 롯데 타자에게 알려준다는 게 김 감독의 주장이었다. 당시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우리 사인도 놓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사인을 옮길 수 있냐"고 반문했었다. 그리고 다음날 경기서 1,3루 주루코치가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교환하고 타자에게 던지는 동안 두손을 몸에 붙이고 있는 황당한 퍼포먼스로 결백을 주장했다.
사인훔치기와 빈볼 시비는 항상 붙어있었고 그로 인해 두 팀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벤치클리어링은 달랐다. 오히려 두산이 해명하는 자리가 됐다. 사실 SK는 2회초 최준석-홍성흔-오재원이 3타자 연속 홈런을 칠 때 SK는 사인 훔치기를 의심했다. 오재원이 홈런을 친 뒤 윤희상이 박종철 주심에게 뭔가를 얘기했고 박 주심은 두산의 조원우 3루코치에게 코치박스 안에 있기를 권고했다. 즉 3루 코치가 사인을 훔쳤다는 의심을 한 것.
이어 3회초 오재원이 포수의 사인이나 움직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지 윤희상이 초구에 빈볼성 공을 던졌다. 오재원은 가만히 있다가 윤희상이 타석 쪽으로 걸어오자 "안봤다"라고 말하며 사인을 훔치지 않았다고 했다. 보통은 빈볼을 던졌다고 타자가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엔 오재원이 SK가 의심을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오히려 적극 해명을 해 논란을 불식시켰다.
사인 훔치기 논란은 정확한 판정이 내려지지 않는다. 대부분 사인을 훔치지 않았다고 결론이 나지만 사인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팀은 항상 찜찜한 기분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사인 훔치기 논란은 가해자로 지목된 두산이 SK의 빈볼성 투구에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벤치클리어링으로 서로가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아닌 서로가 논란을 끝을 내는 자리가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