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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자유계약선수)하면 '먹튀'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있었다. FA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일종의 '연금보험' 같은 것이었다. 짧게는 8년에서 길게는 십여년을 꾸준히 뛰어야만 얻을 수 있는 훈장 같은 자격.
A+: 이호준 이진영 정성훈
3년간 20억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은 NC를 더욱 흡족케 만든다. '인생은 이호준'이란 말, 그는 실력으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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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 모두 LG가 11년만의 가을야구를 꿈꿀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이진영은 지난 4년과 마찬가지로 잔부상이 있어 완벽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적 만큼은 지난 4년을 뛰어넘는다. 2일 현재 83경기서 타율 3할4푼8리 3홈런 50타점을 기록중이다. 소리 없이 강했던 정성훈은 여전히 꾸준하다. 99경기서 타율 3할1푼7리 8홈런 51타점을 기록중. 신개념 4번타자로 맹활약하던 지난해와 비슷한 페이스, 더 좋은 성적도 가능하다.
A: 홍성흔 이정훈
홍성흔은 두번째 FA로 친정팀 두산을 택했다. 첫 FA 자격을 얻고 떠난 롯데에서 4년간 충분히 제 몫을 다했고, 4년 31억원에 두산으로 금의환향했다. 롯데 시절에 비해 타점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지만, 중심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105경기서 타율 2할9푼8리 13홈런 59타점을 기록중이다.
게다가 복귀 후 주장까지 맡아 '덕아웃 리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벌써 30대 후반에 두번째 FA인 걸 감안하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호준 이진영 정성훈의 페이스가 너무 좋다. 아쉽게 'A'.
넥센 이정훈은 지난해 FA 계약자 11명 중 가장 적은 액수를 받았다. 2년간 5억원. 다른 선수가 1년간 받는 금액보다 못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액수지만, 비용 대비 가치는 누구보다 높다. 이정훈은 올시즌 49경기서 58⅔이닝을 던지면서 5승1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중이다.
넥센으로 이적한 지난 2년간의 성적을 뛰어넘는 수치다. 2011년 이정훈은 3승3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4승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67.
무엇보다 지난 2년간 이닝수가 52⅓이닝-44⅓이닝에 그쳤지만, 올해는 벌써 이를 뛰어넘었다. 언제든 필요하면 마운드에 오르는, 중간계투진이 불안한 넥센의 진정한 '마당쇠'다. 구위는 부족하더라도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미로 상대 타자와 당당히 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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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올시즌 '국민 노예' 정현욱을 데려오면서 불펜진을 강화했다. 정현욱-유원상-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뒷문을 탄탄하게 걸어 잠글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최근 들어 정현욱의 구위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LG는 절박했다.
정현욱은 올시즌 49경기서 2승4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중이다. 시즌 초반엔 굳건한 필승조였다. 하지만 최근엔 떨어진 구위 탓에 추격조로 보직이 옮겨졌다. 유원상의 부재와 정현욱의 구위저하로 필승조 계산이 어긋나게 됐지만, 여전히 LG는 강하다.
예년에 비해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 것은 아쉽다. 체력적으로 하향세가 분명하다. 4년간 28억6000만원이라는 금액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그래도 지난해 삼성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기록이다. 시즌 초중반 LG가 한창 신바람을 낼 때, 정현욱의 역할은 컸다.
B: 김주찬 이현곤
김주찬은 지난해 FA 시장에서 '최대어'였다. 4년간 50억원을 받고 KIA로 이적, KIA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개막 후 3경기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른 타자들의 동반 상승까지 불러와 '김주찬 효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네번째 경기였던 4월 3일 한화전에서 손등에 공을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 복귀 후에도 추락하는 팀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8월 중순 허벅지 부상으로 다시 전열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부상은 예측불가능한 변수다. 특히 몸관리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부상도 아니고, 경기 중 상대 투수의 공에 맞는 부상이었다. 김주찬은 올시즌 47경기서 타율 3할4리 28타점 23도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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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곤은 KIA에서 주전 기회를 잃었지만, 신생팀 NC의 러브콜을 받고 3년간 10억5000만원에 이적했다. 하지만 NC에서 '젊은 피'들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미래를 위해 새 얼굴들에게 계속 해서 기회를 줘야 하는 NC의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
현재는 백업멤버 신세. 75경기서 타율 2할7푼5리 9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KIA에서 고작 6경기 출전했음을 감안하면, 좋은 이적이었다. 새로운 기회 속에서 안정감 있게 뛰고 있다.
C+: 유동훈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마무리 유동훈은 더이상 볼 수 없다. 당시 모두를 놀라게 한 싱커의 위력도 뚝 떨어졌다. 하락세였음에도 유동훈은 FA 권리를 행사했다. 2년간 7억5000만원에 다시 KIA와 계약한 유동훈은 지난해보단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40경기서 42⅓이닝을 던지면서 1승3패 5홀드 평균자책점 3.19. 필승조라 하긴 다소 부족하지만, 지난해(43경기 34이닝 1승6패 5홀드 평균자책점 5.29)에 비하면 좋아진 성적이다. 하지만 KIA의 팀 성적이 나빠 좋은 성적을 주긴 힘들다.
C: 마일영 김원섭
한화 좌완 마일영은 올시즌 1군에서 고작 13경기 등판에 그쳤다. FA 투수들 중 가장 적은 등판이다. 12⅓이닝을 던지면서 1패 평균자책점 6.57. 3년간 8억원이라는 많지 않은 액수지만,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볼 나이, 매년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리빌딩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팀과도 크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KIA 외야수 김원섭은 FA 최대어 김주찬의 영입으로 기회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김원섭 만한 대체카드도 없었다. 혹시 모를 부상 변수에 대처해야 했다. 김원섭은 3년간 14억원에 계속해서 KIA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올시즌 성적은 42경기서 타율 1할8푼8리 1홈런 12타점. 김주찬과 신종길의 부상과 김상현의 트레이드 등으로 기회가 있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6월 초 상대의 견제구에 황급히 귀루하다 왼쪽 발목이 꺾여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아직 2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팀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