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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김응용 감독이 1일 대전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3회 3루심의 세이프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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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움직였다. 참으로 신선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이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9년 만에 현장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 감독으로서는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즐거운 볼거리였다.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1일 대전구장. 김 감독이 움직인 것은 3회초 수비때였다.
3-3 동점인 상황에서 한화 선발 윤근영이 1사후 이택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박병호를 상대로 초구에 좌중간 안타를 다시 내줬다. 이 순간 1루주자 이택근이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한화 중견수 정현석이 타구를 잡아 유격수 송광민에게 송구를 했다. 정현석의 송구가 옆으로 치우치자 송광민은 공을 받는 뒤 옆으로 쓰러지면서 이태근의 3루 진루를 보며 황급히 3루수 이대수에게 다시 송구했다. 이때 이택근은 2루를 돈 뒤 2-3루간 중간 지점에서 망설이다 정현석의 송구가 옆으로 치우치는 것을 보고는 3루를 향해 다시 내달렸다.
그런데 이때 사단이 났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이택근은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택근의 손이 3루에 닿는 순간 송구를 받은 이대수의 글러브가 팔을 태그했으나, 3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대수 뿐만 아니라 그 광경을 지켜본 한화 수비진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TV 리플레이 화면상으로는 이대수의 글러브가 먼저 닿은 듯 보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2사 2루가 됐을 상황이 1사 2,3루로 악화됐으니 충분히 억울한 심정을 가질 만했다.
한화 덕아웃이 분주해졌다. 김응용 감독이 거구를 이끌고 그라운드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김성한 수석코치가 수행했다. 김 감독은 허리 벨트에 손을 대고 그라운드를 주시하며 특유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움직였다. 구심을 지나 3루심에게 다가가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김응용"을 연호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감독의 어필은 길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성철 3루심에게 손가락질로 몇 마디를 물어보고는 덕아웃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김 감독은 홈플레이트를 지나는 순간 오른발을 앞으로 걷어차는 불만섞인 제스처를 보였다.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계성 구심이 이 장면을 봤다. 이 구심은 김 감독의 뒷모습을 한참 본 뒤 뭐라 한마디 하려다 되돌아서서 다시 경기를 진행했다. 김 감독은 덕아웃으로 들어가 투수 윤근영의 교체를 지시한 뒤 감독석 옆 전력분석실을 박차고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김 감독이 보여준 짤막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던졌다.
김 감독은 올시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이 먹고 항의하러 나가는게 쑥스럽다. 예전에 한창 때는 퇴장도 많이 당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김 감독이 올해 들어 어필을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화 구단은 이번이 4번째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3루 내야까지 '깊숙히' 나간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관중석에서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할 만도 했다. 좀처럼 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감독이 움직인 덕분에 대전구장은 잠시나마 들뜬 분위기였다.
김 감독의 어필이 끝난 뒤 한화는 1사 2,3루서 등판한 투수 김광수가 김민성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한 점을 내줬지만 강정호를 좌익수를 플라이로 잡아내며 대량 실점을 막았다. 4-3 넥센 리드. 결국 한화는 결국 넥센에 3대7로 패했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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