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KT와의 경기에 앞서 LG 양상문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21.
노선은 확실히 잡았다. 이제 남은 건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것 뿐이다.
LG 트윈스가 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떠한 방향이고, 남은 숙제는 무엇일까.
LG는 6일 SK 와이번스에 만년 거포 유망주 최승준을 내줬다. FA 시장에서 SK 출신 포수 정상호를 잡아왔고, 어쩔 수 없이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보상선수로 넘겨줘야 했다.
SK가 최승준을 찍었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 SK가 최승준을 지명할 수 있도록 LG가 보호선수에 묶지 않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도중 LG는 SK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3대3 트레이드였는데 이 트레이드의 핵심은 정의윤과 임 훈의 맞교환이었다. LG는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 유망주 중 1명으로 오랜 기간 수많은 트레이드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으며 보호했던 정의윤을 떠나보냈다. 또, 이번 2차드래프트에서는 베테랑 외야수이자 지난 2시즌 주장을 맡았었던 이진영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며 kt 위즈행을 지켜봐야 했다. 동갑내기이기고, 똑같이 FA 계약을 맺어 계약기간 1년이 남은 내야수 정성훈은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지 않았다. 완벽한 리빌딩을 위해서라면 정성훈까지 같이 풀어야 납득이 가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정성훈은 내년 시즌 팀을 꾸리는데 확실히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방향이 확실하다. 두산 베어스가 오래 전 시도한 변화를 따르고 있다. 넓은 잠실구장에 맞는 팀을 꾸리겠다는 양상문 감독의 의지다. 거포 유망주가 진정한 홈런타자로 도저히 거듭날 수 없는, 그리고 발빠른 외야수가 1~2점 싸움을 판가름 할 수 있는 환경. 두산은 2000년대 후반부터 착실히 빠르고, 공을 잘 맞히는 야수들을 성장시켰다. 민병헌 정수빈 허경민 최주환 등이 그 주인공. 이 선수들이 성장해 주축이 되며 올시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에 반해 LG는 팀 구축에 대해 방향이 없었다. 특히, 박병호(현 미네소타 트윈스) 김상현(현 kt) 등 거포 유망주들이 이적 후 엄청난 활약을 하며 비난에 시달려 선수 트레이드 등에 있어 한 없이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일처리를 보면 미련없이 자신들의 새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발빠른 김용의 문선재를 외야수로 돌렸고, 수비가 좋은 고졸 신인 안익훈을 중용했다. 여기에 확실한 의지를 천명하는 선수 이동까지 더해졌다.
중요한 건, 이 큰 결단이 쭉 이어져야 한다는 점. 예를 들어, SK에 넘어가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인 정의윤에 이어 최승준까지 폭발한다고 치자. 그래도 LG는 흔들리면 안된다. 전에 함께했던 동료가 잘됐으니 격려를 해주는 게 최선이다. 그 모습을 보며 배아파하고, 또 프런트나 현장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고 흔들린다면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