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우람, 사고 후유증 영향있나

기사입력 2016-06-02 03:05


1점차로 뒤진 경기 막판. 어떤 사령탑이든 불펜에서 가장 믿는 카드를 꺼내들게 마련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이번스전 9회초 1사후 정우람을 투입했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가 넥센을 상대로 7대6으로 승리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주저앉고 있는 정우람.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26
2-3으로 뒤진 터라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으면 역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7회초 무사 1루에 등판한 박정진이 2⅓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투구수가 41개에 달했다. 투구수와 구위를 감안하면 교체 타이밍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권 혁이 이미 전날 3이닝 동안 38구를 던졌다. 정우람도 24구를 던지긴 했지만, 김 감독은 권 혁보다는 정우람이 조금 더 체력과 구위 면에서 낫다고 판단한 듯 하다. 앞서 정우람이 지난 5월26일 고척 넥센전 이후 4일간 경기를 치르지 않은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이 휴식은 심야 뺑소니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우람을 5월31일 대전 SK전에 8-3으로 앞선 9회에 투입해 컨디션과 구위를 체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우람의 투입은 대참사였다. 실점을 막아 역전의 바탕을 마련하라는 의도로 낸 정우람은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한 채 4실점했다. 안타 3개와 고의4구 1개로 1점을 내준 뒤 만루 상황에서 송신영과 교체됐고, 송신영이 희생플라이와 2타점 적시타로 정우람의 승계주자 3명을 더 홈에 불러들였다. 최악의 부진이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 5월31일 SK전 때도 정우람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1사후 고메즈에게 홈런을 맞은 뒤 2사 때는 김성현에게 또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명기를 1루수 땅볼로 잡아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투구수가 24개로 많았다. 이 경기 전까지 정우람의 이닝당 평균투구수는 15.6개였다. 제구가 정확하지 않았고, 파울로 커트도 많이 당했다.

그리고 1일 경기에서는 주무기인 직구 구속의 전반적인 저하가 포착됐다. 전날 경기에 비해 2~3㎞정도 줄어있었다. 주로 싱킹패스트볼(싱커)을 구사한 영향이지만, 이 공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SK 타자들은 땅볼 유도용 구종인 이 공을 쉽게 쳐냈다.

결국 전반적으로 정우람의 구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뺑소니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생각해볼 수 있다. 27일 새벽에 일어난 사고는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정우람은 이후 4일간 푹 쉬면서 혹시 모를 사고 후유증에 대비했다. 그리고 충분히 사고 여파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나선 경기에서 지속적으로 실점을 하고 구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때 아무래도 사고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경미한 차량 충돌 사고라도 후유증의 여파는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나 투수는 몸의 작은 이상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과적으로 정우람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 등은 없을 지라도 미세하게 몸 전체의 밸런스나 균형이 달라졌을 수 있다. 때문에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듯 하다. 어렵게 만든 상승 무드를 길게 이어가게 하려면 정우람의 구위와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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