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2개 클린업 트리오, SK 변형 타순의 실체

기사입력 2016-06-18 21:01


두산과 SK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SK 김강민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날리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4.27.

확실히 SK의 변화는 극적이다.

지난 12일 NC전에서 7-1로 리드하다가 8대11로 역전패했다. 주말 스윕패. 5할 승률이 -6이었다. 충격적 패배 속에서 팀 분위기는 바닥이었다. 기본적으로 타격 사이클 자체가 좋지 않았다. 팀 핵심인 최 정 정의윤 이재원 이명기 등이 모두 부진했다. 탈출구를 만들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였던 최 정과 이재원을 7, 8번에 배치했다. 고메즈를 1번, 부상에서 돌아온 김강민을 3번, 신예 거포 최승준을 5번에 배치했다. 자칫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타격 기복이 심한 고메즈, 경험이 부족한 최승준이었다. 상위 타선에서 도미노 부진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SK의 '변형 타순'은 완벽히 성공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두 개의 클린업 트리오

일단 현 시점에서 SK의 타순을 살펴보자. 테이블 세터의 주축 1번 타자는 고메즈다. 2번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김재현과 박재상 김성현이 번갈아 기용된다. 신 클린업 트리오는 김강민 정의윤 최승준 순이다. 그리고 주로 김성현이 6번 최 정이 7번 이재원이 8번에 배치된다.

최 정과 이재원의 하위타선 배치가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두 선수는 2할대 중반의 타율로 부진했다. 그렇다고 벤치에 썩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SK 김용희 감독은 고심 끝에 "마음의 부담감이라도 덜라는 의미에서 하위 타순으로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주중 삼성과의 3연전부터 최 정과 이재원의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5일 두 선수는 각각 5타점을 합작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다음날도 맹타를 휘둘렀다.


그렇다고 김강민과 최승준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부상 복귀 이후 김강민은 더욱 맹타다. 김강민은 "옆구리 부상을 당했지만, 부상 이전에 감이 매우 좋았다. 때문에 재활을 할 때도 감을 잊어먹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최승준 역시 괴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10경기에 3할5푼5리, 3홈런, 10타점이다. 특히, 팽팽한 투수전에서 영양가 있는 홈런을 터뜨린다. 18일 롯데전에서 선발 레일리에게 선취점을 얻어낸 것도 최승준의 초대형(135m) 홈런이었다.

결국 상대 투수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새로운 클린업 트리오는 좋은 타격감으로 중량감을 보이고 있다. 또, 김성현 최 정 이재원이 배치된 6~8번의 중량감도 만만치 않다. 최 정과 이재원은 일시적으로 부진했지만, 여전히 에버리지가 훌륭한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까지 증명한 선수다.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다.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가지는 부담감은 훨씬 더 많다. 기본적으로 쉬어갈 수 있는 타자가 많지 않다는 심적 부담은 보이지 않게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무사 SK 고메즈가 중월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6.07/
1번 고메즈, 전략적 기용의 대성공

SK의 시즌 초반 문제는 1번 타자였다. 전지훈련에서 이명기가 일찌감치 톱타자로 낙점됐다. 기본적으로 3할의 타율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선수. 하지만 이명기가 부진하면서 SK의 계산은 꼬이기 시작했다.

1번 타자가 마땅치 않았다. 최 정의 부진이 겹치면서, 상대 투수들은 가장 어려운 이닝인 1회를 쉽게 쉽게 넘어가는 어드밴티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SK 입장에서는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풀어야 할 숙제였다.

보통 선발의 경우 1회를 무사히 넘기면 5~6회까지는 호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메즈의 경우, 시즌 전 강한 2번 타자 혹은 6~7번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장타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교함이 떨어지고 기복이 있었다. 게다가 시즌 초반 리그 적응의 어려움까지 겪으면서 타격 사이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타격 사이클은 점점 올라갔다.

SK 김용희 감독과 전력 분석팀은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다. 결국 고메즈를 1번 타자로 낙점했다. 두 가지 특징 때문이다.

일단 빠른 발과 함께 장타력을 겸비한 고메즈의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팀내에서 1번 타자로서 가장 적합했다. 여기에 주자가 없을 때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면서 더욱 효과적인 타격을 한다는 경향도 염두에 뒀다. 철저한 분석과 실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특징을 잡아낸 전략적 기용이었다.

대성공이었다.

그의 타율은 2할7푼1리다. 1번 타자로 배치됐을 때 3할1푼8리,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물론 타격 사이클이 올라왔던 부분도 원인이지만, 1번 타자가 가지는 심리적 이점도 분명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과제는

SK 주장 김강민은 "확실히 지금 타선이 매우 이상적이다. 두 가지가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단 선발진의 호투다. SK의 최대 강점이다. 세든이 빠져 있지만, 최근 박종훈과 윤희상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흔들림없는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김광현과 켈리가 확실한 1, 2선발을 맡고 있다. 김강민은 "선발진의 호투 때문에 타자들이 공수에서 서두르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타선이 최근 폭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팀 전체의 타격 사이클 자체가 매우 좋다. 김강민 최승준 뿐만 아니라 박재상과 고메즈 이재원의 타격 사이클도 올라오고 있다. 김성현은 꾸준히 날카로운 타격을 하고 있다.

때문에 두 개의 클린업 트리오가 배치된 것처럼 보인다. 상대 투수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 에이스 윤성환, 롯데 에이스 린드블럼과 레일리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하지만 타격 사이클은 믿을 수 없다. 언젠가는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너무나 잘해주고 있는 새로운 클린업 트리오 중 한 명이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중심이 흔들리면, 모래성처럼 두 개의 클린업 트리오는 무너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질 것을 대비한 플랜 B가 필요한 부분. 때문에 최 정과 이재원의 분발과 2군에 내려가 있는 박정권의 효과적인 사용도 분명 필요하다. 잘 나갈 때 준비해야 하는 플랜 B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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