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까지 퍼펙트 송은범, 4회에 와르르

기사입력 2016-09-01 20:44


화려한 역투는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었다. 강렬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우완 선발 송은범이 또 5회를 넘기지 못했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송은범이 LG 4회말 1사 만루에서 오지환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7.13/
송은범은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왔으나 2-4로 뒤지던 5회초 1사후 좌완 불펜 박정진으로 교체됐다. 결국 이날 4⅓이닝 5안타 1볼넷 6삼진 4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총 투구수는 78개였다. 이로써 송은범은 최근 6경기(선발 5회) 연속 5이닝 달성에 실패했다. 선발승 역시 지난 6월21일 창원 NC전(6⅓이닝 4안타 1홈런 2실점) 이후 72일째 무소식이다.

3회까지는 퍼펙트 피칭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적어도 이날 3회까지의 송은범은 리그 최다승투수인 두산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 못지 않았다. 송은범은 3회까지 LG 9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5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아냈다. 투구수도 48개(17-15-16)로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송은범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딱 한 타순이 지난 뒤 LG 타자들은 송은범을 쉽게 공략해냈다. 한화 수비진의 부실함도 송은범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0-2로 뒤진 LG의 4회초 공격. 선두타자 김용의는 4구만에 삼진을 당했다. 이어 2번 이천웅이 송은범의 초구 슬라이더(136㎞)를 받아쳤다. 유격수 앞 땅볼이었는데,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한번 놓쳤다 잡은 뒤 1루에 송구했다. 그런데 방향이 높아 로사리오가 점프해 잡는 통에 이천웅이 세이프됐다. 바로 잡아 송구했으면 아웃이 될 타구. 기록은 내야 안타였다. 송은범의 퍼펙트가 깨진 순간.

이때부터 송은범은 흔들렸다. 박용택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그리고 또 부실한 수비가 나왔다. 1사 1, 2루에서 히메네스가 친 타구가 좌익수쪽으로 깊숙히 날아갔다. 한화 선발 좌익수 장민석이 펜스앞에서 점프하며 글러브를 뻗었는데 타구의 방향과 전혀 맞지 않았다. 타구는 펜스 윗부분에 맞고 나왔다. 낙구 지점 판단이 정확했더라면 이 또한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가 되면서 1사 만루가 됐다.

결국 송은범은 오지환에게 2타점 짜리 적시 우전안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더니 채은성에게 중전 적시타로 2-3 역전을 허용했다. 계속된 1사 1, 3루에서도 양석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4점째를 내줬다. 이후 유강남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간신히 4회를 마친 송은범은 5회 선두타자 손주인에게도 우전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2루까지 달리던 손주인이 우익수 양성우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합의판정 끝에 아웃되며 1사에 주자가 사라졌다. 이 시점에서 한화 벤치는 송은범을 교체했다. 송은범에게 '혹시나'는 '역시나'와 같은 표현이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