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밴헤켄이 1차전에 나섰다면? 기선제압의 중요성

기사입력 2016-10-17 22:22


넥센 히어로즈가 준플레이프 1차전에 에이스 밴헤켄을 기용했다면 전체 판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야구 복기가 재미있는 것은 시간을 되돌려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시간을 준플레이오프 직전, 미디어데이로 되돌려 보자.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1차전 선발을 에이스 밴헤켄이 아닌 맥그레거로 예고했다. 예상 밖이었다. 밴헤켄은 2차전과 5차전 선발이라고 했다. 나아가 플레이오프까지 염두에 둔 로테이션임을 강조했다. 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LG 트윈스는 로테이션에 따라 1차전 선발로 소사를 투입했다. 선발 순서는 소사-우규민-허프-류제국이었다.

만일 넥센이 밴헤켄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밴헤켄은 지난 14일 고척돔에서 열린 2차전서 7⅔이닝 3안타 1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넥센은 1승1패로 균형을 맞췄으니,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벤헤켄의 구위와 제구력이 그대로라고 가정한다면 넥센은 1차전서 0대7로 완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승리를 확신했을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고 가정이다. 밴헤켄이 1차전을 잡아줬다면, 넥센이 2~4차전을 내리 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즉 5차전이 열려 밴헤켄을 투입할 기회가 왔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4%이니 전체적인 흐름을 넥센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밴헤켄의 2,5차전 투입은 염 감독이 한 차례 재미를 본 적이 있는 선발진 운용이었다. 2014년 넥센은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에 LG와 격돌했다. 당시 염 감독은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1차전 선발로 소사(현 LG)를 예고했다. 정규시즌서 20승을 따낸 밴헤켄을 2차전, 5차전 선발로 남겨놓은 것. 소사-밴헤켄-오재영 순으로 로테이션을 돌렸다. 소사가 피로 회복 속도가 빨라 1차전 후 3일을 쉬고 4차전에 등판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염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다. 1차전을 따낸 넥센은 2차전서 밴헤켄의 부진으로 패했지만, 3차전과 4차전서 선발 오재영, 소사의 호투로 연속 승리해 3승1패로 시리즈를 통과했다.

올해 밴헤켄의 나이는 37세다. 2년전보다 구속이 4~5㎞가 줄었다. 이번에도 염 감독은 밴헤켄에게 충분히 휴식 시간을 주기로 했다. 2차전 등판 후 5차전까지는 4일의 휴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밴헤켄으로서는 1차전에 이어 5차전에 나가기로 했어도 휴식일 측면에서는 여유가 있었다.

이번만큼은 염 감독의 생각대로 판세가 흐르지 않았다. 2차전을 잡았지만, 3,4차전 LG 선발과 불펜진 높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LG는 2차전 이후에도 우규민, 허프, 류제국 순으로, 양 감독이 예고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했다. 1차전서 소사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친 덕분에 손쉽게 승리를 거둔 LG는 2차전서 밴헤켄에 패했지만, 다급하지는 않았다. 3,4차전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원투 펀치를 투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단기전서 1차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준플레이오프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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