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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복기가 재미있는 것은 시간을 되돌려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고 가정이다. 밴헤켄이 1차전을 잡아줬다면, 넥센이 2~4차전을 내리 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즉 5차전이 열려 밴헤켄을 투입할 기회가 왔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4%이니 전체적인 흐름을 넥센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밴헤켄의 2,5차전 투입은 염 감독이 한 차례 재미를 본 적이 있는 선발진 운용이었다. 2014년 넥센은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에 LG와 격돌했다. 당시 염 감독은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1차전 선발로 소사(현 LG)를 예고했다. 정규시즌서 20승을 따낸 밴헤켄을 2차전, 5차전 선발로 남겨놓은 것. 소사-밴헤켄-오재영 순으로 로테이션을 돌렸다. 소사가 피로 회복 속도가 빨라 1차전 후 3일을 쉬고 4차전에 등판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염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다. 1차전을 따낸 넥센은 2차전서 밴헤켄의 부진으로 패했지만, 3차전과 4차전서 선발 오재영, 소사의 호투로 연속 승리해 3승1패로 시리즈를 통과했다.
이번만큼은 염 감독의 생각대로 판세가 흐르지 않았다. 2차전을 잡았지만, 3,4차전 LG 선발과 불펜진 높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LG는 2차전 이후에도 우규민, 허프, 류제국 순으로, 양 감독이 예고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했다. 1차전서 소사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친 덕분에 손쉽게 승리를 거둔 LG는 2차전서 밴헤켄에 패했지만, 다급하지는 않았다. 3,4차전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원투 펀치를 투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단기전서 1차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준플레이오프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