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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FA(자유계약선수) 몸값. 11일부터 열리는 FA 시장을 앞두고 최고 관심은 대어급의 행선지와 몸값이다. KBO는 최형우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등 15명을 FA로 공시했다. 야구계는 올해 사상 최고액(지난해 박석민 4년간 96억원) 경신을 전망하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들끼리 통하는 내부 네트워크가 있다. 표면적으로 발표하는 공식 몸값 외에 받은 돈에 대해서 때로는 자랑하듯, 때로는 푸념하듯 털어놓는다. 이는 선수 범주에 머물지 않고 타구단 관계자들 귀에 들어가거나, 때로는 미디어로도 흘러 들어온다. 확인할 수 없고, 물증도 없다. 증거를 남기거나 들키는 순간 구단과 선수 모두 곤란한 지경에 놓인다. 이를 알기에 철저하게 비밀스런 거래를 한다. 하지만 비밀은 전달 단계를 거치면서 보안이 희석된다.
FA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자마자 비슷한 성적을 올린 선수의 이전계약 규모를 거론한다. 몸값 협상시 '실제로는 60억원으로 발표를 했지만 사실 80억원을 넘게 받았다고 들었다. 나 역시 그 금액이 기준'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다. 협상에 임하는 구단 관계자도 이를 전면부인하지 않는다. 이미 업계에 FA 뒷돈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다소 기형적인 운영시스템도 FA 거품을 키운다. 국내 프로구단은 버는만큼 쓰는 구조가 아니다. 모기업이 적자분을 메워준다. FA 몸값은 특별예산이다. 모기업에 따로 요청해서 돈을 받는다. 야구단 돈이 아니고, 사장 단장 돈은 더더욱 아니다. 성적을 내지 못해 경질된 프런트는 있어도 대형 FA 계약 후 '먹튀' 발생으로 징계받은 예는 없다. 투자대비 성과를 고민하기에 앞서 우선 잡고보자는 마음이 앞설 수 있다.
2000년 첫 FA 제도 시행 당시 이강철 김동수 송진우는 3년 계약에 8억원 내외를 받았다. 당시에도 단숨에 몇배로 뛴 몸값 얘기가 많았다. 2001년 김기태가 18억원을 받았다. 2002년엔 양준혁이 4년간 27억2000만원(LG→삼성), 2005년 심정수가 60억원(현대→삼성)을 찍었다. 2013년 말 롯데 강민호는 7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14년 말 장원준이 84억원(롯데→두산)을 받고 이적했다. 지난해는 NC 박석민(96억원)을 비롯해 한화 정우람(84억원)과 한화 김태균(84억원) 등 초고액 FA가 속출했다. 지난해 FA 21명에게 766억200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몸값이 지불됐다. 하지만 함정은 이같은 발표액을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문이 무서운 이유는 입을 거치며 계속 증폭된다는 데 있다. 확인되지 않은 '몸값 괴담(?)'은 FA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린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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