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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에서 끝나면 아까울 것 같았습니다."
보통 감독들은 해당 선수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을 경우 이를 염두에 두고 기용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11년 연속경기 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할 무렵 류중일 감독은 세이브가 아닌 상황에서 투수 교체를 무척이나 고심했었다. 만약 오승환이 세이브가 아닌 상황에서 등판하면 연속경기 기록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오승환은 그해 8월 16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헌데 이 기록이 하마터면 중단될 뻔한 사연이 있다. 연속경기 출루 행진이 이어지던 어느 날 김성근 감독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김태균은 지난 14일 대전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결장했다. 당시 김태균은 경기 전 허리 통증이 생겨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타로도 들어서지 않았다. 경기에서는 한화가 2대6으로 패했다. 한화는 7회까지 1-6으로 뒤지고 있었고, 8회 장민석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하고 1사 1루 찬스가 이어졌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끝내 김태균을 부르지 않았다. 김태균은 전날까지 57경기 연속 출루 행진중이었다.
만약 그날 경기서 김태균이 대타로 출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 감독은 김태균의 대타 기용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23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그때는 태균이 기록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알았다. 내보낼까 하다가 그냥 포기했다"면서 "만약 나가서 안타를 못치면 기록이 중단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 직원한테 뭐라고 한마디했다. 얘기를 미리 해주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처음엔 오십 몇경기 연속이라길래, 출전 기록으로 잘못 알아듣기도 했다. 최태원(1014경기)이 1000경기 이상 연속 출전했는데, 무슨 몇십 경기 가지고 얘기가 되는지 의아해했었다"며 웃은 뒤 "아무튼 대단한 기록이다"고 했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사실 어제는 의식을 많이 했다. 타이기록에서 끝나면 아깝지 않은가"라면서 "60경기를 넘기면서부터는 여기저기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 전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록보다는 매 타석마다 고민이 많았다. 일단 달성을 해서 기분은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일본의 경우 이치로 스즈키의 69경기이고, 메이저리그는 테드 윌리엄스의 84경기다. 이에 대해 김태균은 "기록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기록을 세운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김태균은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2회초 첫 타석에서 2루수 내야안타를 쳐 65경기 연속 출루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1루로 나간 뒤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 대주자 최진행으로 교체됐다.
수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