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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 8초'에 기운잃은 롯데, 조정훈도 지쳤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8-03 08:58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롯데 조정훈이 9회 마운드에 올라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8.02

'7말 8초'라 했다.

1년중 가장 무더운 기간은 7월말~8월초이다. 이 기간을 잘 넘기는 팀이 진정한 강자다. 롯데 자이언츠가 또다시 5강 싸움서 멀어지고 있다. 타선 침묵은 여전하며 불펜 운용도 실패가 잦아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 2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4대5로 역전패했다. 2-2 동점이던 10회초 3안타와 2볼넷으로 2점을 뽑아 어렵게 리드를 잡았지만, 이어진 10회말 조정훈이 난타를 당하면서 3실점하고 말았다.

7년간 3차례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한 조정훈은 지난달 중순 돌아와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친 기색이 보인다. 복귀 후 9경기에 등판한 조정훈이 실점을 한 것은 두 번째다. 지난달 27일 부산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3-3이던 9회초 마운드에 올라 5타자를 상대로 3안타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해 패전을 안았다.

조정훈은 직구와 포크볼, 커브 세 구종으로 승부하는 투수다. 14승을 올린 2009년에도 그런 투수였다. 직구는 140㎞대 초중반, 포크볼은 130㎞ 중반, 커브는 120㎞ 안팎에서 형성된다. 특히 조정훈의 포크볼은 낙차가 커 타자들이 쉽게 속는다. 포크볼을 던지는 다른 투수들보다 손가락을 크게 벌려 공을 끼운다. 하지만 포크볼은 제구가 되지 않고 높은 코스로 들어가면 배트 중심에 걸릴 확률이 높은 구종이다. 게다가 직구와 포크볼 중심의 볼배합은 읽히기도 쉽다. 이같은 유형의 투수에게는 볼끝의 무브먼트, 포크볼의 낙차, 그리고 정확한 제구가 필수다.

이날 LG전에서 조정훈은 세 가지 부분에서 모두 실패했다. 투구수 34개 가운데 직구는 10개, 포크볼은 15개, 커브는 9개였다. 이천웅에게 2타점 끝내기 좌중간 2루타를 내준 것은 142㎞ 직구로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몰린 구종이었다. 9회말 2사후 손승락이 갑작스럽게 손박닥 통증을 호소하자 롯데는 조정훈을 불러올렸다. 조정훈은 첫 상대인 강승호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낮은 코스로 잘 떨어졌다. 그러나 10회 첫 타자 박용택과 안익훈에게 연속 포크볼을 던지다 안타를 맞은 뒤로 흔들렸다. 제임스 로니와 양석환을 포크볼로 연속 땅볼로 처리하며 한 점을 준 조정훈은 우타자 백창수를 상대로 또다시 제구력 불안을 드러내며 볼넷을 허용해 1,2루에 몰렸다. 그리고 좌타자 이천웅에게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은 것이다.

조정훈은 복귀 후 연투를 하지 않고 있다. 7년간 세 번 수술을 받은 투수에 대한 벤치의 방침이다. 투구이닝도 웬만하면 1이닝으로 제한받는다. 그런데 이날 조정훈은 복귀 후 가장 많은 34개의 공을 던졌다. 이미 투구수 20개가 넘어갈 무렵부터 지친 표정이었고, 포크볼 제구도 높은 코스에서 형성됐다. 더위는 올여름 들어 가장 지독했다.

조정훈이 무너지면서 롯데는 '7말 8초'에 중요한 두 경기를 놓쳤다. 지난달 27일 한화전과 이날 LG전은 그 어느 경기보다 패배의 충격이 컸다. 필승조의 핵심인 조정훈의 활용과 맞물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롯데는 6경기에서 1승5패로 하락세에 빠져 어렵게 맞춰놓은 5할 승률이 무너지고,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도 5경기로 벌어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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