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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발 트레이드 광풍이 막을 내렸다.
넥센의 트레이드를 두고 뒷말이 많다. 현금이 포함된 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선수 면면을 보면 이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넥센을 떠난 선수들은 1군 주전급 선수들이다. 윤석민은 중심 타선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자원이고, 김세현은 올해 다소 부진하다고는 해도 '세이브왕' 경력까지 있다. 이런 선수들을 내주고 받은 선수 대다수가 유망주나, 2군 기록도 없는 선수다. 김택형과 강윤구은 1군 주축멤버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레이드 대상이 된 선수보다 경력과 지명도가 훨씬 높다.
넥센은 트레이드를 발표할 때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특히 KIA 출신 이승호, SK 출신 김성민은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받은 기대주다. 하지만 프로에서 현재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1군 주전급 선수를 2군에서도 신예에 해당하는 선수와 맞바꾼다는 것은 상식적인 결정이 아니다. 유망주들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허다한 유망주들이 제대로 1군에서 뛰어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다.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 있었다
성사된 트레이드는 4건이지만, 추가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달 초 kt와 트레이드를 마친 후 넥센 구단은 '당분간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이후 더 활발하게 트레이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쪽은 넥센이었다. 몇몇 구단이 넥센의 주축 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다. 복수의 타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깜짝 놀랄만한 핵심 선수들이 트레이드 카드로 나왔다.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은 KIA 뿐이지만, 상대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대형 트레이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트레이드 논의는 구단의 극소수 관계자만 알고 있으나 완벽한 비밀은 없다.
▶넥센은 무엇을 꿈꾸는가
사실 넥센이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했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KBO 규정상 현금 트레이드가 '불법'은 아니다. 넥센이 과거 삼성 라이온즈와 좌완 장원삼을 두고 트레이드 할 때 KBO가 승인을 불허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현금 의혹 때문이 아니라, 전력 불균형과 리그 수준 차이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현금 트레이드는 규정 위반이 아니다.
다만 트레이드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현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펄쩍 뛰며 부인할 게 아니라 야구전문기업답게 전략적인 결정이라는 걸 설명하면 된다. 넥센 구단은 초창기에 '선수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넥센은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팀이 아닌가. 온갖 질시, 견제에도 불구하고 성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많은 팀이 넥센의 뛰어난 육성 시스템을 부러워 한다.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그런데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강변한다. 현재 소속 선수들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하다.
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