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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가을은 맵다. 한화팬들에게 고춧가루는 식상하고, 속상한 단어지만 현실은 매우 매운 '고춧가루 부대'가 맞다. 순위 싸움에 바쁜 상위팀들은 요즘 한화가 두렵다. 이미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될 리 없지만 8월 이후 한화는 맹렬한 기세다.
감독실은 비워두고, 예전처럼 코치실에서 다른 코치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리고 얼마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한화는 이상군 대행체제로 시즌을 끝까지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장 감독대행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다.
어떻게든 수습만 해달라고 맡겼던 어려운 자리. 야수 9명의 햄스트링 줄부상,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2명의 외국인 투수의 각각 두달간 부상 결장. 이태양은 수술을 받아야 하고, 권 혁은 두달 가까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 '김 꾸준'이라던 김태균도 허벅지 부상과 복사근(옆구리) 부상으로 한달반 1군을 비웠다. 팔꿈치를 다친 정근우가 빠진 지도 한달이 넘어간다. 이용규는 팔꿈치와 손목골절 수술로 84일간 2군에 있었다.
직접 선수와 소통하며 선수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때로는 실수에 관대하고, 때로는 따끔한 질책도 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주위에선 선수들의 '감정선'을 묘하게 터치하는 지도자라고 말한다.
한화 구단 내부에선 "무색 무취의 지도자인줄 알았는데 승부처에서의 강단, 선수단 장악능력에 많이 놀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즌을 마친 뒤 새 감독을 선임한다. 이상군 대행도 당연히 후보군에 들어있다. 여러 후보를 놓고 종합적인 평가와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1.5군 한화의 인상깊은 가을 행진도 일정부분 어필될 것이 분명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