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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이 끝은 아니다."
이변이 없는 결과였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정후는 첫 시즌부터 폭풍같은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 전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552타수 179안타)에 2홈런 12도루 111득점 47타점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올해 기록한 179안타와 111득점은 역대 KBO리그 고졸 신인 한시즌 최다 기록이다. 전경기 출전 역시 고졸 신인 최초다. 만장일치로 신인왕을 못 받은 게 아쉬울 정도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시상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인왕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쩌면 이 순간이 이정후에겐 마냥 기쁜 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에 도취되지 않았다. 냉철하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예고했다.
이어 이정후는 자신이 그리는 향후 발전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출루를 많이 하고, 득점도 많이 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조금씩 파워를 기르면서 홈런과 타점, 도루도 많이 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해 입단한 또래 신인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했다고 평가받은 이정후가 변신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계획에서 앞으로 이정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정후의 계획을 정리하면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하고, 또한 도루 능력까지 갖춘 '호타준족형 타자'다. 한 마디로 아버지인 이종범 현 대표팀 코치의 현역시절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범 코치의 현역 시절 주특기는 바람같은 스피드와 정확성이었다. 하지만 장타력도 상당했다. 1993년 데뷔 후 일본 진출 전인 1997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1997년에는 '30홈런-30도루'까지 달성했다. 2001년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국내 무대에 돌아온 뒤에도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정후가 그리는 궁극의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신인왕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는 이정후의 모습에서 대선수로 커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