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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긴 호흡의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9회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은 영원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해도 2018시즌의 넥센은 다른 양상의 팀이 된 듯 하다. 뒷심이 강해졌다. 역전승이 전체 1위다. 시즌 초반 팀이 거둔 5승 중에 무려 4번을 뒤집기로 만들어냈다. 반대로 역전패는 1패 밖에 안된다. 10개 구단 중 아직 역전패가 없는 kt 위즈에 이어 SK 와이번스와 공동 8위다. 특히 지난해 11번의 승부에서 9패2무의 처참한 성적을 남겼던 연장전 승부에서도 2승을 일궈냈다. 이는 현재 리그 전체 1위다.
넥센의 반전쇼는 개막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3월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넥센은 선발 에스밀 로저스가 1회초와 2회초에 연달아 실점하며 0-2로 좋지 않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3회말 김태완의 솔로홈런을 기점으로 역전의 문을 열었다. 결국 4회말 하위타선에서 공격의 물꼬를 틀며 순식간에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이 경기에서 넥센은 결국 6대3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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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두 번의 역전승이 이틀 연속 나왔다. LG를 상대로 3월29일에 0-1로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끝내 9대4로 경기를 뒤집었다. 다음 날에는 장소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옮겨 삼성 라이온즈를 만났다. 이번에는 0-3으로 끌려갔지만, 박병호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6회초에 결국 8-3으로 역전을 했다. 하지만 7회말 대거 5점을 허용했다. 보통 이런 분위기라면 다시 동점을 만든 홈팀 삼성 쪽으로 전세가 기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넥센은 경기를 무려 연장 12회까지 몰고간 끝에 결국 12회초 2점을 뽑아 10대8로 이겼다.
이런 패턴은 분명 넥센이 올 시즌 한층 끈기가 생겼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박병호가 중심에 선 타선의 힘이 강해졌다. 주전 멤버 외에도 고종욱이나 장영석 임병욱 김재현 김태완 등 백업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 점도 큰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비록 뒤지고 있더라도 언제든 역전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생겼다. 선수들 역시 이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김상수와 김성민 김성기 이보근 조상우 등 필승 불펜의 초반 안정감도 돋보인다.
그런데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선발진이 계속 선취점을 내주고 있다는 아쉬움도 숨어있다. 8경기 중에서 선취점을 낸 경기는 3월31일 대구 삼성전 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넥센은 결국 4대2로 이겼다. 나머지 7경기는 모두 상대에게 먼저 점수를 허용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 역시 시즌 초반 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쉬운 승리가 없다. 자꾸 먼저 실점하는 패턴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호조 분위기 속에 도사리고 있는 팀의 불안 요소를 지적한 것이다. 강화된 뒷심을 계속 유지하는 동시에 초반 실점 패턴을 줄이는 것. 시즌 초반 넥센이 꼭 풀어야 하는 숙제다. 과연 장 감독은 이 문제에 어떤 해답을 내놓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