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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돔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내건 서병수 전 시장에 맞서 '개방형 야구장 건축'을 약속했다. 그는 "개폐형 돔구장은 입지, 재원조달 계획이 수립되지 못해 당장 실현이 어렵다. 국비, 시비, 민자 유치 등 1800억원의 예산을 토대로 개방형으로 조속한 재건축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민자유치와 투자비 회수, 운영비 조달의 면밀한 검토, 북항 재개발, 2030 엑스포 시설 활용과 연계해 입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두 달이 지난 현재, 부산의 새 야구장 이슈는 한 발짝도 진척이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따로 답변을 드리기 곤란하다"며 "시민 의견을 수렴 과정을 통해 계획을 구체화해 나아갈 것이라는 것 외엔 말씀드릴게 없다"고 했다.
전임 허남식, 서병수 시장 시절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들의 당선 후 '새 야구장 건립' 공약 이행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 억원을 들여 사직야구장 활용 방안 용역만 세 차례 진행했으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흐지부지'였다. 구체적인 실행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번에도 사직구장 공약은 부산 유권자들을 향한 '선거철 감성 마케팅'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같은 '새 야구장' 공약을 내걸었던 허태정 대전시장의 행보와 확연히 구분된다. 허 시장은 후보 시절 원도심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을 공약했다. 대전 시장 취임 두 달 만에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오는 2024년까지 새 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대전구장을 직접 찾아 점검하고 공약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전은 우천 취소됐다. 이날도 사직구장을 찾은 부산 시민들은 경기장 곳곳에 새는 빗물과 악취 속에 사투를 벌였다. '야구 도시' 부산의 오늘은 또 그렇게 흘러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