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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가을야구, 800만 시대에 드리운 그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11-02 06:05


◇지난 10월 31일 SK-넥센 간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의 모습. 관중석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띄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지난 31일 고척 스카이돔.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걸고 펼쳐진 플레이오프였지만, 가을야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외야 관중석 곳곳에는 빈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양팀 응원단장들이 엠프를 틀고 깃발응원을 펼치며 흥을 돋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열기는 끓어오르지 않았다. 이날 KBO가 집계한 관중수는 1만1683명, 고척 스카이돔 총 수용인원(1만6300명)에서 4617명이 모자랐다. KBO가 이날 경기를 앞두고 5700여장의 입장권을 현장 판매분으로 내놓았지만, 절반도 못 미치는 1083장이 팔린데 그친 셈이다.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 당시 매진사례를 이루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던 풍경과는 정반대의 분위기. 지난달 14일 KIA 타이거즈-넥센 히어로즈 간 와일드카드결정전과 22, 23일 한화 이글스-넥센 간의 준플레이오프 3, 4차전 모두 매진이 이뤄졌다. 당시 예매 취소분이 현장 판매된 바 있으나, 경기 시작을 앞두고 모두 팔려나간 바 있다. 하지만 인천 문학구장, 고척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모두 매진에 실패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드러난 온도차를 두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중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촉발된 논란과 그로 인한 야구 인기 하락이 포스트시즌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가 눈에 띈다. 올 시즌 KBO리그가 800만 관중 달성에는 성공했으나, 6시즌 만에 관중 증가가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앞선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 이런 흐름이 포스트시즌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서의 매진 사례를 돌아보면, 플레이오프에서의 매진 실패를 야구 인기 하락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 지적됐던 팀간 관중 동원 능력 편차가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난 매진 실패 문제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KBO리그는 800만 관중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리그의 질은 정체됐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타고투저 뿐만 아니라 잊을만하면 이어지는 경기 운영-판정 논란, 일부 선수들의 부족한 팬서비스 의식 등이 수 차례 지적됐다. 그때마다 개선 목소리는 높았지만, 획기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스포츠 최고의 프로리그라는 영예를 얻었으나, 성공에 도취된 '그들만의 리그'라는 뼈아픈 지적도 뒤따랐던게 사실이다.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난 빈자리는 KBO리그의 구성원들이 800만 관중 시대에 걸맞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줬다고 볼 만하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을 되새겨 볼 시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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