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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MVP' 선수가 수상을 거부했다. 정확히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상을 받지 않겠다'는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
KBO 관계자는 잠시 후 알테어의 불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관계자는 "알테어가 마스크를 쓰고는 인터뷰가 호흡이 어렵다고 한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착용을 권유했으나 선수가 거절했고, 방역 지침상 마스크 없이 시상식과 인터뷰를 할 수 없어서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알렸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다른 이유도 아닌 마스크 착용을 거절해서 시상식이 불발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경기 후 알테어가 데일리 MVP로 선정되면서 그라운드에서 진행되는 시상식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은 후 방송 인터뷰, 신문 기자 인터뷰를 차례로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서도 알테어가 나오지 않았다. 더그아웃에 있던 NC 관계자들은 모두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더 지체할 수 없어 알테어를 애타게 찾았다. 통역이 알테어를 계속해서 설득하는 모습까지 보였지만 그는 끝까지 거절했다.
NC 구단의 한 관계자는 "알테어가 시즌 중반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잘 했다. 그런데 시즌 막바지부터 본인이 마스크 쓰고 말 하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때나 움직일 때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알테어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하면서도 구단 관계자들조차 모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웃으며 기쁨을 만끽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 곤혹스러운 변명의 시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포스트시즌을 주최하는 KBO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그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인터뷰를 했다면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인터뷰도 거절했기 때문에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었다. 심지어 KBO 관계자가 알테어에게 "말 하는 게 어려우면 인터뷰는 하지 않아도 좋다. 마스크 쓰고 시상식에만 참가하고 인터뷰 없이 내려가도 된다"고 설득했지만, 알테어는 그것 조차도 거절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그는 "마스크를 안써도 되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재차 주장했다. KBO가 이미 데일리 MVP로 알테어를 발표한 이후라 재투표를 할 수도 없고, 결과를 번복할 수도 없는데 상을 받은 사람도 없는 희한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와 인터뷰를 했던 알테어가 왜 거부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호흡이 어려웠다면 시상식 참석 거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알테어의 몸 상태나 마스크 착용시 호흡 곤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통역이나 구단 관계자들 또한 그를 설득하면서 당황한 모습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알테어가 호흡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시즌 후반부터 어려움을 호소했다면 미리 KBO 측에 이를 알리지 않은 NC 구단의 대처도 미흡했다.
알테어의 행동이 단순히 '인터뷰를 거절해서' 언론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규 시즌이라면 충분한 설명 아래 얼마든지 양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KBO가 미리 정해둔 시간, 일정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인터뷰의 경우 만약 A 선수가 난색을 표하며 양해를 구하면, 또 다른 선수 B가 대체하는 식으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추가 취재를 요청한다거나 별도의 요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짜여진 타임 테이블대로 모두의 협조 아래 움직인다. 특히나 MVP 수상과 인터뷰는 매 경기 양팀 통틀어 한 명의 선수만 할 수 있다. 팀 승리에 자신의 공로 인정까지. 모든 선수들이 가장 꿈꾸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알테어의 갑작스러운 선언과 돌출 행동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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