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년에 못 미치게 활동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힘이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2년간 선수협을 향한 눈길은 더욱 싸늘해졌다. 이대호 회장 체제에서 일군 성과는 KBO 이사회가 내놓은 FA 등급제, FA 취득기간 단축, 최저 인상 연봉안과 FA 총액 상한제(80억원)을 바꾸는 것 정도에 그쳤다. 2군 선수들의 처우 개선과 선수 권익 보호 등 선수협 설립의 근간이자 목표에 대한 해답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회장 판공비 논란이 불거졌고, 사무총장이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아 유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까지 드러났다.
선수협은 지난 2000년 출범 이후 19시즌 동안 바람잘 날 없는 세월을 보냈다. 구단과의 대립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 갈등이 빚어진 것도 다반사. 메리트 요구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 기용 문제, 초상권 비리, 올스타전 거부 등 '자살골'을 넣으면서 일부 선수들을 위한 단체라는 소위 '귀족 협회'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호준 전 회장이 사퇴한 뒤 2년여를 공석으로 남아 있던 회장 자리에 이대호를 사실상 '강제 추대' 형식으로 앉히며 반전을 꿈꿨지만, 결과는 더 큰 실책으로 드러났다.
선수협은 선수들 스스로 권익을 증진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타의 꿈을 키우는 후배 선수들을 돕고자 만든 조직이다. 고 최동원 전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선배들이 산고 끝에 탄생시킨 조직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협의 발자취가 그동안 자신들의 바람에 걸맞게 이어졌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선수협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야구계에선 '일하는 회장'이 나타나야 선수협도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주어진 회장 자리에서 봉사한다는 생각이 아닌, 스스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는 이가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선수들이 뽑아줬으니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임기동안 보여드리고 인정받으면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양의지 회장의 포부는 2년 뒤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