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우승하고 은퇴하고 싶은 이대호, 롯데 2위 돌풍 설레게 하는데, 동갑 김태균과 다른 길을 가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05-01 23:40 | 최종수정 2022-05-02 05:44


30일 서울 잠실야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1회초 1사 2루 전준우가 투런포를 치고 들어와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30/

2022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9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이대호가 3회초 2사후 좌전안타를 치고 진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4.29/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11회말 1사 1,2루 롯데 이대호가 병살타를 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27/

롯데 자이언츠하면 연상되는 몇가지 이미지가 있다. 이 가운데 먼저 떠오르는 게 부산 사직구장의 에너지 넘치는 응원과 부산팬들의 엄청난 야구사랑에 화답하지 못하는 만년 하위권 성적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롯데는 1984년, 1992년 두 차례 빛나는 성과를 냈다. 이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빼면, 대단히 인상적인 성적을 낸 시즌이 없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후 30년이 흘러, 가장 오랜 시간 우승을 못한 팀이 됐다. 눈 밝은 팬들에게 롯데는 KBO리그 최다인, 골찌를 9번이나 한 팀으로 기억된다. 7-10-7-8.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롯데 팀 순위다. 매년 기대가 한숨으로 바뀌곤 했다.

그랬던 롯데가, 시즌 초반 기세가 무섭다.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 원정 3연전을 쓸어담은 롯데는 2일 현재 15승1무9패, 승률 6할2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1위 SSG 랜더스에 3.5게임 뒤진 2위까지 치고올라왔다. 개막전부터 25경기를 치른 결과라고 해도, 롯데팬들을 설레게 하는 예상밖의 돌풍이다.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됐는데, 열어보니 투타가 모두 알차고 안정적이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와 23세 젊은 내야수 한동희가 펄펄 날고 있다. 반즈는 평균자책점(0.65)-다승(5승) 1위고, 한동희는 타율(0.436)-안타(41개)-홈런(7개) 1위다. 현재 리그 최고 투수, 최고 타자가 자이언츠맨이다.

롯데 돌풍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수가 한명 더 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롯데 간판 타자 이대호다. 오랫동안 롯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는데, 소속팀 롯데에서 한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은퇴의 시간이 다가오자 이대호는 "롯데가 우승하는 걸 보고 유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8-1로 패한 롯데 이대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26/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초 롯데 한동희가 솔로홈런을 치고 이대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4.24/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초 2사 3루 롯데 이대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4.24/
니폼을 벗고 싶다"고 몇차례 힘주어 얘기했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재팬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우승을 이끌었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에서 거둔 성과다. 아무리 야구 잘 하는 선수라고 해도, 팀 우승은 혼자 힘으로 이루기는 어렵다.

마흔살 이대호의 동갑내기 친구 김태균은 한화 이글스를 대표하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한 번도 우승 샴페인을 터트려보지 못하고 2021년 은퇴했다. 팀 리빌딩 작업에 밀려 쫓기듯 팀을 떠나야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정해준다고 한다.

김태균과 비슷한 사례가 많다. 이병규 박용택 등 많은 레전드들이 간절히 원했던 우승을 못 해보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이대호도 이들과 비슷한 길을 갈 거으로 봤다.


FA(자유계약선수) 손아섭이 떠나고, 외부 전력 보강없이 시즌을 맞은 롯데는, 누가 봐도 중하위권 전력이었다. "우승하고 은퇴하고 싶다"는 이대호의 바람은, 희망사항에 그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롯데 분위기를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40세 이대호는 은퇴 시즌인 올해도 중심타자다. 롯데 간판 타자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 팀 돌풍에 기여하고 있다.

24경기에 출전해 90타수 32안타, 타율 3할8푼6리-2홈런-10타점-13득점을 기록했다. 타율 전체 4위, 안타 공동 6위다. 마지막 해에도 이대호
12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초 1사 1루 한동희가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12/

1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경기. 2회초 1사 1루 이대호가 양현종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14/

7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롯데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이대호.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7/
는 이대호다운 성적을 내고 있다. 2001년 데뷔해 통산 7637경기에 출전, 타율 3할8리-2052안타-353홈런-1334타점을 기록중이다.

LG에 3연승을 거둔 지난 주말, 이대호는 29~30일 두 경기에 나서 4안타-1타점-1득점을 기록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잠실구장 3루쪽 관중석에선 "대~호~. 대~호~"를 외치는 함성이 쏟아졌다. 이대호가 은퇴하게 되면, 오랫동안 그의 귓전에 맴돌 응원의 소리가 아닐까.

많은 롯데팬들이 '자이언츠의 심장' 이대호가 마지막 시즌에 가을야구를 넘어 우승을 하고 은퇴하기를 바랄 것이다. 현재 팀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대호는 지난 해 시즌을 앞두고 2년-총액 26억원에 계약했다. 은퇴 예고를 하면서 계약서에 팀 우승시 불우이웃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는 옵션을 넣었다. 의미있는 피날레를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2022년 5월, 이대호와 롯데팬 모두가 설레는 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