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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리그 최고타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만장일치 골든글러브 수상 실패가 화제다.
그럴 만도 했다. 이정후가 입후보한 외야수 부문은 22명의 후보 중 좌-중-우익수를 가리지 않고 3명을 선택하는 투표 방식.
단 1명 씩만 뽑은 다른 포지션이라면 시각 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 1명이 3명의 외야수를 한꺼번에 뽑는 투표 방식 상 이정후를 패싱하는 건 상식 밖이었다. 그럼에도 313명 중 익명의 9명은 이정후를 외면했다.
익명의 투표 방식이 만든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40년 역사 속에 훨씬 억울한 경우가 있었다. 시즌 최고 선수인 정규시즌 MVP에 오르고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선수가 둘이나 있었다.
모두 두산 베어스의 전신 OB 베어스 출신 선수들. 1982년 MVP 투수 박철순과 1998년 MVP 지명타자 타이론 우즈였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MVP 박철순은 억울한 케이스가 아니다. 당시 골든글러브는 미국과 일본 등 타 리그 처럼 수비상 성격이었다. 포지션 별 최고 선수를 뽑는 베스트10이 따로 있었다. 박철순은 당연히 베스트10 투수 부문 수상자였다. 수비상이었던 골든글러브는 팀 동료였던 좌완 황태환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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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첫해였던 1998년 OB에 입단한 우즈는 그해 126경기에서 타율 0.305, 42홈런, 103타점으로 홈런-타점 2관왕을 차지하며 시즌 MVP에 올랐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수상자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었다.
그 해 이승엽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126경기 타율 0.306, 38홈런, 102타점, 100득점, 장타율 0.621, 출루율 0.404. 홈런왕은 놓쳤지만 득점과 장타율 1위에 올랐다. 수비도 우즈보다 뛰어났다.
홈런, 타점에서 우즈에게 근소하게 뒤졌지만, 타율, 안타, 출루율, 장타율, 득점 등 5개 부문에서 우즈를 앞섰다. 받을 만한 선수가 받았지만, MVP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라 논란을 불렀다. 외국인 선수 제도 초창기에 존재했던 차별적 투표 성향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다. 실제 우즈도 당시 골든글러브 수상 실패에 큰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