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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을 리틀 야구장으로 만들어버리네...송승기 게 섰거라 '근육 괴물'이 판도 뒤엎는다 "홈런 20개 넘기면..."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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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8 00:02


잠실을 리틀 야구장으로 만들어버리네...송승기 게 섰거라 '근육 괴물'이…
5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KT의 경기. 9회초 KT 안현민이 두산 김택연을 상대로 동점 투런홈런을 날렸다.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5.01/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홈런 20개 넘기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것 아닌가."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5할이 안되는 성적에 한숨이 나오면서도, 이 선수만 보면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 감독은 "요즘 우리 이기는 경기는 이 선수가 다 한다"며 흡족해한다.

'센세이션'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만큼 충격적인 경기력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KT 중심타자로 떠오르고 있는 안현민 얘기다.

안현민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12대4 KT의 대승. KT는 1차전 승리 기세를 이어 2차전까지 7대6 극적 역전승을 거두며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왜 충격적이냐. 안현민은 9회 1, 2루 찬스에서 LG 좌완 최채흥의 공을 받아쳤다. 보통 비거리가 많이 나려면 잡아당겨야 한다. 안현민은 최채흥의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었다. 그런데 잠실구장 중앙 백스크린도 아닌, 백스크린 우측 관중석을 때리는 비거리 135m 홈런을 만들어냈다. 우타자가 가장 치기 힘든 방향의 홈런인데, 사람이 친 거라고 믿기지 않는 비거리를 기록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실을 리틀 야구장으로 만들어버리네...송승기 게 섰거라 '근육 괴물'이…
사진=김용 가자
치면 140m다. 오죽하면 팀 동료 소형준은 "담장만 넘기면 되는데, 경기장을 넘겨야 홈런인줄 알고 있나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연이 넘친다. 마산고 시절까지 포수를 했는데, KT 입단 후 코칭스태프가 보니 프로에서 포수는 정말 안되겠더란다. 그런데 방망이 재능은 엄청나 바로 포지션 전향을 시도했다. 그리고 군대도 현역으로 입대했다. 취사병. 전우들 밥을 하며, 남는 시간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몰두했다. 군에 다녀와 '터미네이터'같은 근육질 몸으로 변신해왔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원래 가진 타격 센스에 파워까지 더해진 안현민을 시즌 중반 전격 1군에 기용했다. 그 때도 인상적인 홈런을 치며 주목을 받았는데, 포수 출신 치고 발이 빠른게 문제였다. 도루를 하다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었다. 수술대에 오르는 바람에, 남은 시즌을 망쳤다. 손가락도 제대로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절치부심 새 시즌을 준비했다.


잠실을 리틀 야구장으로 만들어버리네...송승기 게 섰거라 '근육 괴물'이…
사진제공=KT 위즈

여기서도 고비가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괜찮았는데, 시범경기를 보니 전에 하지 않던 이상한 스윙을 하더란다. 손목을 쓰지 않고 몸통으로만 치니 타구가 밀렸다. 이 감독은 "그래서 정신 차리라고 개막에는 2군에 보냈다. 그러더니 2군을 맹폭하더라. 1군에 올려 봤더니, 스윙이 정상적으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김택연을 상대로 홈런을 쳐버리니 어떻게 안 쓸 수 있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지난달 30일 두산전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후, 올시즌 타율 3할4푼4리에 7홈런 21타점을 16경기에서 쓸어담았다. 출루율 4할3푼7리, 장타율 7할8푼7리. 이 감독은 "정말 시원하게 휘두르는데,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건 컨택트 능력이다. 웬만해서는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어떤 감독이라도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파워가 있으니 타구 스피드가 빠르다. 페어 지역 안으로만 넣으면 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심지어 병살타는 1개도 없다.


잠실을 리틀 야구장으로 만들어버리네...송승기 게 섰거라 '근육 괴물'이…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경기, 6회초 2사 1루 LG 송승기가 NC 박한결을 삼진처리하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23/
사실 올시즌 신인왕 레이스는 LG 송승기의 독주 체제였다. 유력한 후보 키움 정현우가 부상으로 이탈해있다. 정우주(한화) 홍민규(두산) 등도 잘해주고 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런 가운데 안현민이 나타났다. 지난해 1군 첫 시즌이었는데 29타석 소화에 그쳐 신인왕 자격이 있다. 이 감독은 "홈런 20개를 넘기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것 아닌가"라며 벌써부터 제자 홍보에 나섰다. 지금 페이스라면 20개는 충분해 보이고, 30개까지도 도전이 가능할 기세다.

송승기도 정말 잘하고 있지만, 상대 1선발들을 무찌르는 훌륭한 경기 내용에 비해 승수가 3승으로 많지 않은게 흠이다. 또 스타성, 주목성에서 안현민이 현재로서는 앞선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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