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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좋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계속 그 감을 찾기 위해서 나이 먹어도 계속 노력을 했다. 한두 달 전부터 뭔가 예전의 감을 조금 찾은 것 같아서."
양의지의 시즌 타율은 종전 0.327에서 0.333로 올라 3위다. 타율 공동 1위 KT 안현민, 롯데 빅터 레이예스 역시 타율 0.333인데, 양의지는 0.3325에서 반올림해서 0.333라 3위로 밀렸다.
나이 38살에 타격왕을 차지하는 것 자체가 귀한 역사다. KBO 역대 최고령 타격왕은 2013년 이병규 현 LG 트윈스 2군 감독이 세운 38세11개월이다. 1987년 6월생인 양의지는 올해 타격왕을 해도 이병규 감독의 기록을 넘을 수는 없지만, 왜 그가 여전히 리그 최고 포수인지 입증하게 된다. 양의지는 NC 이적 첫해였던 2019년 타율 0.354로 타격왕을 한 차례 차지했다.
히트 포더 사이클에는 3루타 하나가 부족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루타, 3회초 2번째 타석에서 안타, 6회초 3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볼카운트 0B2S에서 NC 김녹원의 커브를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양의지는 8회초 2사 1, 2루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 욕심을 부려봤다. 팀이 이미 9-3으로 크게 앞서 있었기 때문. 양의지의 타구는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고, 양의지는 욕심을 내서 3루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3루에 안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NC 유격수 김주원이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포수 안중열에게 중계 플레이를 했는데, 안중열이 홈에서 주자를 잡는 대신 3루로 빠르게 송구해 이닝을 끝냈다. 넉넉하게 아웃된 양의지는 두산 더그아웃에 웃음을 안긴 대신 2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양의지는 "당연히 (3루타 하나가 남은 것을) 알고 뛰었다. (안)중열이가 정이 없다. 나는 이제 우리의 옛정을 믿었다. (김)주원이가 홈 송구를 잘했는데, 중열이가 나를 죽이기 위해서 송구해서 조금 아쉽다"며 웃은 뒤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또 내가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좀 나를 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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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 입단해 대체불가 포수로 입지를 굳혔다가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처음 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125억원에 계약했다. NC에서 지낸 4년 동안 해마다 20홈런을 넘겼고, 2020년과 2021년은 2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하며 거포 이미지를 굳혔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FA 재자격을 얻어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에 사인했다. FA 총액 277억원을 달성하고 친정에 돌아와 화려한 마무리를 꿈꿨는데,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에서 뛴 탓인지 2023년과 2024년 모두 17홈런에 그쳐 아쉬움이 컸다.
양의지는 "(20홈런은) 의미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그래도 괜찮은 성적이었는데, 20개를 목표로 했다. 어차피 큰 구장을 쓰다 보니까 30홈런은 아니더라도 20개는 꾸준하게 치고 싶었는데, 2년 동안 못 쳤던 게 아쉬웠다. 올해는 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이 30대 후반에도 어떻게 여전히 리그 1위를 다투는 타격을 펼칠 수 있을까. 두산 복귀 3년차에 최고 성적을 쓰고 있어 더 놀랍다. 8월 타율은 0.407(86타수 35안타)에 이르렀다.
양의지는 "내가 좋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계속 그 감을 찾기 위해서 계속 나이 먹어도 노력을 했다. 한두 달 전부터 뭔가 예전의 감을 조금 찾은 것 같았다. 타구에 힘도 많이 실리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올해 초반에는 별로였는데, 8월 들어와서 진짜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양의지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감독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야기한 게 작년에는 경기를 많이 못 나갔으니까. 120경기도 안 나간 것 같아서, 올해는 무조건 내가 제일 중심에서 항상 전광판에 내 이름이 많이 나올 수 있게 경기를 많이 나가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다"며 그 노력들이 빛을 보고 있는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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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