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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간절했으면' 골절된 상태로 분노의 스윙…"치지 말랬는데, 울었다더라"

최종수정 2025-09-06 18:11

'얼마나 간절했으면' 골절된 상태로 분노의 스윙…"치지 말랬는데, 울었다…
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NC-한화전. 1회초 1사 2, 3루 데이비슨의 안타 때 득점한 최정원이 환영받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

[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치지 말라고 했는데, 본인이 뭔가 타석에서 분이 찼는지 돌리고 울었다고 하더라. 아파서."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6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5강 진입을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쌓인 탓에 최근 3연패에 빠지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5위 KT 위즈와는 2.5경기차. 20경기밖에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좁히기가 쉽진 않다.

이 감독은 5일 창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대주자로 교체 출전했던 최정원이 10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눈물을 흘린 사연을 들려줬다.

최정원은 지난달 23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 5회말 타격 후 1루 베이스를 도는 과정에서 1루수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이때 강하게 땅을 짚다가 왼쪽 두상골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 손날 부위 쪽 뼈가 골절된 것. 최정원은 그동안 대주자나 대수비는 가능해서 엔트리에 남아 있었는데, 타격할 때는 여전히 불편감이 심했다.

NC는 3-3으로 맞선 10회초 두산에 대거 6점을 내주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10회말 선두타자 최정원을 교체하지 않고 그냥 두는 대신 '타격은 하지 말라'고 벤치에서 지시했다. 그런데 최정원은 벤치의 바람과 달리 계속 배트를 휘둘렀다. 투수 땅볼 아웃. 이후 NC는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정원이한테 치지 말라고 했는데, 본인이 뭔가 타석에서 분에 찼는지 돌리고 울었다고 하더라. 아파서 진짜 울었다더라. 타석에서 뭔가 조금 오기가 생겼나 보더라. 팀이 지고 있으니까 화도 나고, 그러니까 본인이 그냥 쳐 버리더라. 괜찮냐고 수석코치가 물어보니 이러저러해서 너무 화가 나서 쳤다고 하면서 '너무 아프다'고 하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5강 희망을 노래하며 전력을 다한 선수들의 몸은 하나둘 고장이 나고 있다. 핵심 타자 박민우는 5일 두산전을 마치고 허리 통증이 심해져 이날 경기에서 빠진다. 병원 검진 계획은 없지만, 하루이틀 휴식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의 부상이다.

이 감독은 이날 박민우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몸 상태가 좋으면 안 내보내겠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 득점권 타율 1위 타자를 못 쓰는데. 아프니까 그런 것이다. 지금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시즌 초였으면 엔트리에서 빼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 그런 상황이 못 돼서 언제 어떻게 좋아질지 우리가 가늠하기 좀 힘들어서 엔트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치료를 해서 빨리 회복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골절된 상태로 분노의 스윙…"치지 말랬는데, 울었다…
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NC-한화전. 10회말 1사 1, 3루 노시환의 2루수 플라이 때 박민우가 포구 후 송구동작에서 공을 떨어뜨렸다. 3루주자가 홈인하는 걸 본 박민우가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3/

'얼마나 간절했으면' 골절된 상태로 분노의 스윙…"치지 말랬는데, 울었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포수 김형준이 수비를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18/

포수 김형준도 현재 엔트리에는 남아 있지만, 계속 벤치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수원 KT전에서 오른쪽 손목에 공을 맞은 부위의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형준은 이날 타격 훈련을 시도하는 등 빨리 경기에 나서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 감독은 "(박)민우가 조금 힘들 때 정원이가 나가서 좀 해줬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고. (김)형준이도 안 되고. 활기차게 움직여줬던 백업과 이렇게 3명이 빠져 있는데, 다른 친구들이 잘 커버를 해줘야 한다"며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5강 승부수로 선택했던 외국인 원투펀치 라일리와 로건의 4일 휴식 등판 전략은 더는 쓰지 못할 전망이다. 라일리는 이미 5일 휴식 턴으로 바꾼 상태고, 로건은 5일 두산전 등판을 마친 뒤 이 감독을 찾아와 5일 휴식 등판을 요청했다.

이 감독은 "오늘(6일) 로건이 방에 왔더라. 조금 퍼포먼스가 안 나온다고 하루 좀 연기시켜 달라고 했다. 다들 피로가 쌓인 것이다. 그것도 지금 일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5강 상황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선수들이 부담을 조금 내려놓길 기대했다.

이 감독은 "보니까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 보인다. 평상시에 그냥 던질 때랑 순위 싸움 하면서 되기 정말 신중하게 던지는 게 보인다. 말은 좀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그냥 원래대로 하면 되는데 마운드에 있는 선수들 생각은 또 다를 것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게 내 눈에는 보이더라. 더 깊게 던지려고 하니까 공이 조금씩 더 빠져 나가고 그런 상황이 생긴다"며 조금만 부담을 내려놓길 당부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골절된 상태로 분노의 스윙…"치지 말랬는데, 울었다…
1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한화의 경기. 투구하는 NC 로건.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5/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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