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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나 때문에 화도 많이 나셨을 텐데, 그래도 응원을 해 주셨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복귀해서 응원을 받고 경기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창모는 리그 최고 좌완으로 군림할 때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우습게 던졌던 투수다. 그런데 이날은 직구 23개를 던지면서 구속은 최고 143㎞, 최저 136㎞를 기록했다. 슬라이더 13개(시속 126~134㎞), 포크볼 13개(시속 126~130㎞), 커브 1개(112㎞)를 섞었다.
구창모는 구속이 느려진 것과 관련해 "경기에서 구속이 잘 안 나와서 맞혀 잡으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된 것 같다. 아직 첫 경기고 빌드업이 잘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괜히 무리하면 또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무리하지 않게 조절했다"고 이야기했다.
구창모는 "(김)형준이 리드가 좋았다. 진짜 오랜만에 형준이랑 호흡을 맞춰 봤는데, 여전히 리드가 그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나는 그냥 포수의 리드대로 사인이 난 대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오랜 기다림에 지쳤을 팬들을 향한 사과가 이어졌다.
구창모는 NC가 2022년 시즌 뒤 최대 7년 총액 132억원 규모의 비FA 다년 계약을 했지만, 계약 이후 이날 전까지 11경기 등판에 그치면서 악성 계약 우려를 샀다. 2020년부터 반복된 왼팔 척골 부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711일 전인 2023년 9월 27일 창원 KIA전에서 2⅓이닝을 던지고 갑자기 몸에 이상을 호소해 교체됐고, 병원 검진 결과 왼팔 전완부 척골 재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된 게 약 3년 공백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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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는 빌드업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 감독이 시간을 줬지만, 또 왼쪽 팔꿈치 근육이 뭉치는 증상이 생겨 2개월 가까이 복귀가 더 미뤄졌다. 시즌이 거의 끝날 때가 됐지만, 구창모는 1군에서 힘을 보태고 싶은 의지로 이 감독에게 요청해 1군에서 빌드업 등판을 하기로 했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구창모는 "진짜 힘들었다. 그런데 내가 티를 낼 수도 없고, 2군에 있으면서 선수들, 코치님들, 트레이너 선생님들까지 진짜 편하게 대해 주셨다. 진짜 그런(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옆에서 많이 챙겨 주셨다. 그것 때문에 이겨냈던 것 같다. 2군에 있는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커피든 피자든 다음에는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팬들에게는 "나 때문에 많이 화도 나셨을 텐데, 그래도 응원을 해 주셨기에 이렇게 복귀해서 응원을 받고 또 경기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끝까지 이탈하지 않고 팬분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준비를 잘해서 꼭 계속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묵묵히 회복할 때까지 기다린 이호준 감독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컸다. (전역할 때) 중간 투수들과 선발투수들이 그때 한창 또 힘들 때였다. 내가 올라와서 보탬이 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더 투수들이 힘들었던 것 같다. 나 하나 때문에 팀 성적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더 빨리 복귀해서 보탬이 됐다면 그래도 조금 더 쉽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서 조금 많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투구 후 몸 상태는 어떨까.
구창모는 "지금 알은 밸 것 같다. 아무래도 2군에서 던지는 것과 1군에서 던지는 게 분위기가 다르다 보니까 힘을 조금 더 쓰는 것 같다. 그 외에는 특별한 증상은 없다"며 다음 등판에 이닝을 더 늘릴 구상을 했다.
이호준 감독은 "구창모가 복귀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 넣으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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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