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 PO' 우리은행, 무엇이 달라졌나

기사입력 2013-01-04 10:25



승리의 유전자는 충분히 생겼다.

우리은행이 6년만의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3일까지 19승5패로 신한은행에 2.5게임 앞선 단독 1위. 남은 경기에서 전패해도 최소 4위를 확보해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다.

2007년 겨울리그(2위) 이후 플레이오프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우리은행이다. 단일리그가 시작된 2007~2008시즌 5위를 기록한 뒤 매시즌 꼴찌였다. 안팎으로 끊임없이 악재에 시달리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잘 뛰다가도 매번 마지막 승부처를 넘지 못했다. 4쿼터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승부는 뒤집어졌다.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올시즌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떠오른 임영희는 "지난 시즌까지는 항상 마지막에 지는 게임이 많았다. 선수들이 전부 도망다니는 플레이를 한 게 문제점이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은 무의식적으로 볼을 피했다. 승부처에서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길 바라는 방어기제가 작용한 것이다. 결국 부정확한 슛, 턴오버로 자멸했다. 상대팀 입장에선 정말 고마운 플레이였다.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결국 시즌 전 신한은행에서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위성우-전주원 코치를 신임 감독과 코치로 영입했다. '승리 유전자'를 이식하고자 했다. 위 감독은 혹독한 훈련과 함께 자신 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3일 구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원정경기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제공=WKBL
달라진 우리은행의 모습은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3일 KDB생명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시종일관 앞서가던 우리은행은 3쿼터와 4쿼터, 한 차례씩 추격을 허용했다. 2점차까지 좁혀진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3쿼터엔 올시즌 주무기인 특유의 압박수비를 통해 극복했다.

4쿼터가 문제였다. 편하게 가나 싶었지만, 잠시 방심한 순간 KDB생명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2점차로 좁혀진 종료 1분36초 전, 위 감독은 작전타임에서 다음 공격의 해결사를 지목했다. 올시즌 팀의 중심인 주장 임영희였다.


임영희는 곧바로 벼락 같은 3점슛을 꽂아 넣었다. 3점 라인 밖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티나 대신 임영희를 선택한 게 적중했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른 장면이었다. 여기서 난 점수로 인해 KDB생명은 종료 7초 전 무리하게 3점슛을 시도하다 패배하고 말았다.

경기 후 위 감독은 "그 순간이 위닝샷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영희가 밸런스를 찾지 못해 슛감이 좋지 않았다. (결정적인 슛을 성공시킨만큼)이제 감을 잡을 것으로 본다"며 웃었다.

티나 대신 임영희를 선택한 데 대해선 "사실 티나에게 맡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선수가 잘 해야 강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안 들어가도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봤다. 영희도 자신감을 찾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경기를 매조지한 임영희 뿐만이 아니다. 4쿼터 들어 볼을 피하는 선수는 없다.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주저하지 않고 던진다. 임영희는 "이제 지난 시즌 같은 모습은 없다. 4쿼터에 시소게임을 해도 누구 하나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플레이한다. 점수차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웃었다.

위 감독은 아직은 '강팀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약팀에게 고전하는 모습, 그리고 주전들에게 많은 휴식을 주지 못하는 자신에게서 계속해서 부족한 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확실히 달라졌다. 6년만의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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