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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홍아란은 경기 막판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극심한 성장통이다. 와병 중인 서동철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재헌 코치는 "공격에 대해서는 팀 내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비에서 확실히 매력적이다. 왕성한 활동량을 중심으로 앞선에서 강한 압박을 한다. 파워는 좀 떨어지지만, 뛰어난 순발력으로 프레스 자체에 능하다. 때문에 그의 수비력은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
하지만 공격이 이어지지 않는다. 4경기 째 홍아란은 침묵하고 있다. 왜 그럴까.
팀내 평가는 "지난 시즌 공격에서 확실한 반등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고 했다. 즉, 지난 시즌의 기록만으로 홍아란의 기량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1992년생이다. 23세의 젊은 선수다. 시즌을 치를수록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다.
슛이 들어가지 않는 가장 큰 두 가지 원인은 슛 셀렉션과 슈팅 밸런스다. 수비수를 달고 던지느냐, 좋은 볼 없는 움직임으로 오픈 찬스를 만드느냐는 슈팅 가드의 덕목 중 하나다. 수비수를 달고 던지느냐, 오픈 찬스에서 편하게 쏘느냐를 가르기 때문이다. 홍아란의 슛 셀렉션은 별 다른 문제점이 없다. 쏠 만한 상황이었다. 물론 간간이 약간의 무리함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슛을 쏠 수 있는 찬스에서 정확히 던진 슈팅이 많았다.
문제는 슈팅 밸런스다. 너무나 많이 흐트러져 있다. 9일 삼성생명전에서도 시작이 좋지 않았다. 1쿼터 레이업 슛, 미드 레인지 점프슛, 3점슛을 모두 놓쳤다. 쏠만한 각도의 좋은 기회의 슛이었지만, 슈팅 자체가 매우 불안했다.
한 여자프로농구 관계자는 심리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홍아란의 경우 현 시점에서 슈팅 밸런스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심리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급한 마음이 슈팅 밸런스를 더욱 좋지 않게 만들고, 슈팅이 더욱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있다"고 했다.
한창 성장해야 할 프로 4년 차다. 그는 대표팀 경험을 했다. 보통, 대표팀 경험을 하면 극적인 발전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남자농구에서는 대표적으로 양동근이 그랬고, 여자농구에서는 박혜진이 그랬다.
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대표팀에서 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량이 올라가고 시야가 트이는 등,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아란은 아직까지 '대표팀 버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이다. 홍아란은 농구선수로서 파워가 부족하다. 게다가 가드로서 정체가 모호하다. 슈팅가드로서는 피니시 능력이 부족하고, 포인트가드를 보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의 올 시즌 기록을 보면 득점을 제외하곤 모든 수치가 올라가 있다. 경기당 3.3개 리바운드, 2.8어시스트, 1.5스틸 등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정체하느냐, 성장통을 딛고 발전하느냐다. 당연히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한 관계자는 "홍아란의 경우 본인 스스로가 포인트가드로서는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인식은 문제가 있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 농구다. NBA 스테판 커리의 경우, 공격형 포인트가드를 넘어선 가드의 신개념 모델을 만들 정도다.
때문에 가드는 리딩과 슈팅을 동시에 겸비해야 한다. 더욱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단정짓는 습관'이다. 사실 양동근의 경우에도 프로 초기에는 "포인트가드로서 타고난 자질 자체가 모자란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그는 게임 운영능력을 조금씩 발전시켰다. '노력의 미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홍아란은 독기가 있는 노력형 선수다. 게다가 잠재력도 풍부하다. 대표팀에서 그를 지켜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확실히 지금은 성장통이 있다. 그러나 껍질을 깨면 더욱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수비에서 매력적인 선수다. 심리 문제가 포함된 슈팅 밸런스만 해결되면 더욱 수준 높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 홍아란은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히 훈련 강도를 높이는 문제는 아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껍질을 깨느냐, 여기에 머무느냐는 스스로 해결할 문제다. 더욱 피나는 노력이 포함된, 그만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