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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변연하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며 기다리는 중"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12-10 06:00



[부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고 끝까지 버텼어요."

'레전드' 변연하가 목소리 톤을 높였다. 조용조용하던 그의 말투가 단박에 승부사로 바뀐 순간이기도 했다.

변연하. 그의 이름 앞에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이름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 성인 무대 데뷔와 동시에 신인왕, 이듬해 정규리그 MVP(최우수 선수상)를 거머쥐었다. 지난 2007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한국 여자농구 곳곳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한 번 해보자" 제로부터 제대로 부딪쳤다

코트 위를 뜨겁게 수놓았던 변연하. 그는 지난 2015년 은퇴와 동시에 미국행을 택했다. 혈혈단신으로 떠난 변연하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꼬박 두 시즌 지도자 연수를 했다.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농구선수지만, 미국에서는 그저 '한국에서 온 연수생'에 불과했다.

"스탠포드대학 여자 농구부에는 감독님 1명에 코치님 3명, 트레이너, 비디오분석, 전력분석, 체력 트레이너, 매니저 등 스태프만 열 명이 넘게 있어요. 나는 인턴으로 13번째 스태프였죠. 당연히 벤치에도 앉을 수 없었어요. 자리가 없으니까요. 솔직히 뛰라고 하면 뛰겠는데, 가만히 서서 훈련을 보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고 끝까지 버텼어요. 첫 번째 시즌을 마친 뒤 스탠포드 쪽에서 먼저 제 의사를 물었어요. 한 시즌 더 함께 할 수 있느냐고요. 이왕 온 것 한 시즌 더 있겠다고 했죠. 그때부터는 미국 스태프와 동일하게 물품도 받고, 미팅도 참석했어요."

변연하는 미국에서 '철저히' 제로부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코트 위 제 화려한 모습만 봤어요. 하지만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도 스텝부터 배웠어요. 프로에서 식스맨 생활도 해봤고, 벤치에 앉아서 박수도 쳐봤어요. 남몰래 많이 울기도 했고요. 하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잘하게 된 거에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죠. 저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는 입장이잖아요." 변연하는 미국에서 '제대로' 부딪쳤다. 오전에는 영어 공부, 오후에는 지도자 연수, 밤에는 미국프로농구(NBA)를 보며 더 단단하게 힘을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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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공부하면서 기다리는 중


변연하는 3년여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의 행보는 이번에도 남달랐다. 지역방송 농구 중계였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남자농구도 지역방송 중계가 없잖아요. 여자농구가 최초로 지역방송 중계를 시도하는데, 제가 누를 끼칠까 걱정했죠. 정말 좋은 제의라는 것은 아는데 고민이 돼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주변에서 힘을 주셔서 시작했는데, 첫 번째 중계 때 너무 선수 모드로 몰입해서 추임새만 넣고 말았어요. 더 잘하기 위해 다른 해설도 많이 챙겨보고, 농구 자체도 많이 보고 있어요."

뭐 하나를 해도 확실히 해야하는 성격. "어렸을 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이름석자 남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죠. 보시는 분 입장에서는 '당돌하네' 생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농구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제가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선수 시절 '에이스'로 이름 석자를 남긴 변연하는 이제 새 길을 향해 간다. 물론 아직은 준비 과정이다. "미국에서 돌아오니 '너 이제 뭐해'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지도자 연수를 받고 와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지도자는 여러 가지 타이밍이 맞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은 있어요. 그러나 하지 못할 수도 있는거죠. 그럼 그건 제 길이 아닌 거예요. 지금은 열심히 공부 하면서 기다리는 게 할 일이에요. 기회가 오면 좋겠죠."


부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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