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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프로농구에 사상 첫 아시아쿼터 시대.'
17일 KBL과 각 구단들에 따르면 KBL은 지난 달 일본 프로농구연맹인 B-리그로부터 아시아쿼터 관련 교류 요청을 받았다. 요청 내용은 B-리그가 아시아쿼터를 도입키로 한 가운데 KBL의 한국 선수가 일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본 B-리그는 내년 7월부터 자국 리그에 아시아쿼터를 적용해 선수 수급의 문호를 개방한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에 첫 번째 교류 상대로 한국 프로농구를 선택한 것이다.
KBL은 이정대 총재가 부임하면서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교류 폭을 넓혀왔다. 지난 5월 11일에는 이 총재가 B-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열린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를 방문해 오오카와 마사아키 B-리그 총재와 한-일 프로농구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일본은 리그 통합 이후 프로농구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각종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한국과의 아시아쿼터다. B-리그는 KBL에 비해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만큼 인력 수요 요인도 많다.
한국보다 인구도 많고, 등록 선수와 학교팀도 광범위한데 왜 한국시장에 까지 손을 벌려야 할까. "일본에서는 청년 일자리가 사실 넘치기 때문에 농구 선수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선호도가 높지 않아 프로리그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농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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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쿼터는 프로축구 K리그에서 시행중인 제도로, 일본 등 아시아 선수를 영입할 경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3명)에서 제외해 준다. 이번 프로농구 아시아쿼터는 K리그와는 조금 다르다. 일본이 먼저 한국측에 제안을 했기 때문에 한국 선수를 B-리그에 이른바 '수출'하는 것이다. KBL이 일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아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10개 구단 사무국장단은 지난 달 29일 회의를 갖고 B-리그가 제안한 아시아쿼터에 대해 본격적인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다음 주 안에 사무국장단 회의를 갖는 등 앞으로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청사진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이어서 시일이 촉박하지 않은 만큼 세밀하게 규정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사무국장단에 따르면 아시아쿼터에 대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일단 아시아쿼터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큰 줄기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한국 프로농구가 입을 수 있는 손실 또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우선 유휴 국내 선수의 재취업 문을 넓힐 수 있다. KBL에서는 해마다 20∼30명의 '퇴직자'들이 발생한다. 구단별 보유 한도가 있기 때문에 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만큼 내보내야 하는 구조다. 고령으로 인한 자연 은퇴가 있지만 웨이버공시(구단과 선수와의 계약 해지) 등으로 조기 은퇴하는 경우가 상당수 포함된다. 젊은 나이에 농구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KBL이 입게 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11월 1차 회의에서는 KBL의 유망한 자원이 일본으로 유출될 우려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예를 들어 FA(자유계약선수)의 경우 B-리그 진출도 허용할 것인지 여부다. B-리그가 한국보다 수준이 약간 낮은 데다 연봉 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에 대어급 한국 선수가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에 하나 대비책은 필요한 상황이다.
계약 기간 중인 선수의 일본 진출 희망 시 어떻게 할 것인지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사실 각 구단별 선수 정원(국내선수로만 15명 이상) 가운데 출전 엔트리(12명)를 제외하더라도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선수가 상존하게 된다. 이런 선수들을 B-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구단도, 선수도 나쁠 게 없다. 대신 계약 중 일본 진출로 인한 보유선수 정원 미달 시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사무국장단 간사인 김태훈 오리온 사무국장은 "KBL의 규범과 사회적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대한 한국 농구에 피해가 오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L에서는 그동안 비시즌기에 필리핀리그에 잠깐 진출한 선수가 일부 있기는 했지만 정식 아시아쿼터가 도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WKBL에서는 2010년대 초반 김영옥 정선민 등이 중국리그에서 뛴 적이 있었으나 이후 중국은 아시아쿼터를 폐지하고 있다.
아시아쿼터는 일종의 '인적(人的)무역'이다. 프로농구판에서 새롭게 펼쳐질 한-일간 무역거래가 어떻게 새역사를 써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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