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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데이원, 남은 자들의 우울했던 훈련 개시 현장…고양체육관 개방 우여곡절 사연+농구에 미친 '유품정리사'들

최종수정 2023-06-21 06:00

사라진 데이원, 남은 자들의 우울했던 훈련 개시 현장…고양체육관 개방 우…
전 고양 데이원의 일부 선수들이 19일 고양체육관 웨이트 훈련장에 나와 훈련을 시작했다. 사진제공=고양 데이원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문 닫았으니 끝? 다시 시작.'

한국농구연맹(KBL)은 고양시 체육관 관계자들을 만나 읍소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남자 프로농구 공식 소집 훈련이 시작된 19일, 전 고양 데이원 선수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KBL은 16일 총회에서 데이원스포츠를 제명한 이후 선수 18명에 대한 실질적 보호조치를 가동했다. KBL이 데이원 선수단을 승계받을 새로운 인수자를 직접 찾아나서기로 한 만큼, 주인 잃은 선수들을 위해 '프런트'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 첫 업무가 훈련 개시일 닫힌 고양체육관 문을 여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관료 지불할테니 문 열어달라'고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고양시 측과 면담한 KBL 관계자는 그동안 데이원이 체불한 대관료가 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막대한 체불에도 양해 요청을 한다거나 체불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어야 할 구단 대표 등 고위 책임자는 얼굴 한 번 못봤다'는 추가 설명을 듣고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데이원 구단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런 고양시를 상대로 '체육관 소비자' 입장만 내세우기는 무리였다. 결국 KBL은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는 등 통사정을 한 끝에 1개월치 사용료를 선납하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체육관 문을 열었다.


사라진 데이원, 남은 자들의 우울했던 훈련 개시 현장…고양체육관 개방 우…
일단 훈련 공간은 확보, 여기서 끝날 일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훈련 나왔을 때 식사도 챙겨줘야 했다. KBL은 체육관 인근의 음식점을 수소문해 지정 식당을 구했고, 추가 비용을 들여 양질의 식단을 제공하도록 계약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그렇게 힘겹게 열린 고양체육관, 팀의 맏형 김강선(37)의 연락을 받은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첫 날이라 많은 인원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웨이트장에서 "다시 시작해야죠"를 다짐하며 불안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선수단만 달랑 모여서 프로그램도 없이 훈련할 수는 없기에 KBL은 기존 트레이너 2명을 임시 고용해 훈련을 돕도록 했다. 김승기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선장 잃은' 선수들을 방치할 수 없어 무보수라도 좋으니 훈련을 지도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KBL은 데이원이 제명된 가운데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코치진의 개입을 수락하지 못했다.

새출발의 희망으로 다시 문을 연 체육관 분위기와 달리 한 켠에서 우울하게 구단 사무실을 정리하는 또다른 '농구인'들이 있었다. 김성헌 사무국장과 최정용 마케팅팀장, 김태훈 전 오리온 구단 사무국장이다. 사실상 구단이 망했으니 모두 떠났지만 이들은 마지막 정리를 위해 사무실을 찾고 있다. 이들 모두 농구판에서 20여년간 프런트로 일하면서 '농구에 미친X'란 소리를 듣는 '찐 일꾼'들이다. 특히 김태훈 전 국장은 오리온이 데이원에 구단을 매각하기 전 오리온 구단을 떠났지만 오리온 시절 정들었던 선수들이 눈에 밟혀 다시 달려왔단다. 이른바 '유품정리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 3총사. '농구에 미친' 것도 똑같지만 바람도 이구동성이었다. "지난 시즌 감동신화를 썼던 우리 선수단이 다시 시작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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