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메이퀸'을 끝내고 오랜만에 마주한 한지혜는 드라마 시작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지난 여름부터 겨울까지 4개월간 울산에 살다시피 하면서 작품에만 매달렸으니 꽤나 고생을 했을 게다. "불쌍하게 봐달라"며 엄살을 떨었지만, 한지혜의 표정은 소년처럼 장난기가 넘쳤다. 내내 동시간대 1위에 마지막회 시청률은 26.4%.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한지혜보다 불쌍한 건 '메이퀸' 스태프들이다. 한지혜가 맹추위에도 고생을 사서 한 덕분에 스태프들은 가벼운 투정 한번 못했다. "밤을 새우고 20시간이 넘게 촬영하고 나면 졸리고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저는 지친 기색 없이 생생하게 웃으니까 나중에는 사람들이 '인상 좀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감독님이 촬영을 일찍 끝내주지 않겠냐고요.(웃음) 아무래도 여주인공이다 보니 책임감 때문에 힘든 내색을 더 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지치면 현장도 축 처지잖아요."
'메이퀸'에서 한지혜는 본인과 꼭 닮은, 밝고 씩씩한 천해주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담금질을 하면 할수록 단단해지는 강철처럼 강인한 여성 캐릭터였다. 검댕이 묻은 얼굴과 작업복 차림으로 철판 용접을 하고, 칼바람이 부는 바닷가 바위언덕에 올라 감정신을 촬영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한지혜는 그 과정을 오히려 즐겼다. 때론 육탄전도 불사했다. "땅에 구르고 뛰니까 춥지도 않고 더 좋았어요. 트럭 밑에 숨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말려도 제가 굴러서 들어갔을 정도였죠. '짝패' 촬영할 땐 지켜보는 장면만 있어서 지루했는데, 이번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라 너무 재밌더라고요."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처음엔 여배우로서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후줄근해도 빛이 나는 빈티지 스타일"로 캐릭터를 꾸며 보려고도 했지만 그 욕심은 금세 접었다. 일부러 옷에 구멍을 내고 가위질도 하고 기름때를 묻혔다. 한지혜는 "이번엔 비주얼을 포기했으니, 다음에는 그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예쁜 역할을 해야겠다"며 웃었다.
'메이퀸'은 분명히 성공작이지만, 한편에서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도 받았다. 천해주를 죽이려고 했던 천지조선의 회장 장도현(이덕화)이 사실 진짜 친아버지였다는 결말은 시청자들을 '멘탈붕괴'에 빠뜨렸다. 유전자검사를 하는 장면만 4번, 양부와 친부까지 아버지는 셋이나 등장했다.
"막장 논란에 대해선 시청자들께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장도현이 친부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까 연기자들도 궁금해했죠. 이덕화 선생님은 장도현이 빨리 망해서 죗값을 치르길 바라셨어요. 그래도 이 궁금증을 끝까지 가져간 덕분에 시청률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배우는 대본의 장면을 연기로 잘 표현하는 데 목적을 둬야지 대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불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한 회만 대충 연기해도 드라마는 망가지거든요."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메이퀸'이 막장 논란을 딛고 대박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배우들의 호흡도 크게 한몫했다. 재희는 쉬는 시간에 농담하며 웃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차갑게 돌변하는 무시무시한 몰입도를 보여줬고, 김재원은 한지혜와 함께 능청스러운 코믹 멜로를 담당하며 극에 숨통을 틔워줬다. 한지혜는 "4개월 동안 촬영장의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고 했다. 그 덕분일까? 지난 연말 연기대상에서 한지혜와 김재원은 최우수상을, 재희는 우수상을 받았다.
'메이퀸'으로 흥행의 맛, 수상의 기쁨, 연기의 재미까지 얻은 한지혜는 "2013년엔 적어도 세 작품 정도 하겠다"며 벌써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메이퀸'을 통해 한지혜라는 배우를 다시 한번 많은 분들께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작품이 별로 없는데, '메이퀸'이 시청자들께 사랑받으면서 완주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도 생겼고요. 앞으로 배우생활에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요즘엔 파트너 덕에 잘 해외진출하는 배우들도 많던데, 저도 한번 그 한류에 휩쓸려 보고도 싶네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