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은 각종 규제 이슈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 등과 같은 부류의 중독물로 규정하는 '4대 중독법'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게임업계뿐 아니라 게임 사용자들의 집단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는 국내 게임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외국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로 한국 게임산업에 큰 자극과 영감을 주는 동시에 유저들로부터 적극 지지를 받고 있는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로서도 '규제 천국'인 국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모하임 대표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자사의 게임쇼 '블리즈컨'에서 작심한듯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규제 문제로) 한국은 전세계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에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말을 시작한 모하임 대표는 "한국 정부는 게임산업을 '악'(惡)으로 규정할지, 아니면 지지를 할지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게임은 커뮤니티나 소셜 기능 등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순기능이 많다. 또 게임 사용은 개인이 선택해야 하며, 중독 역시 개인의 책임이다. 이를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개인 선택 자유의 억압이다. 게임을 악으로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이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임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회의감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게임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꼽으면서도, 정작 진흥책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게임산업은 성장 동력이 멈춘 상태다. 수년전까지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전세계 게임사들의 롤모델이었지만, 이미 그 주도권을 미국이나 중국에 내준 상태다. 하지만 정부나 국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국내 게임사들은 그동안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4대 중독법'을 계기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주도해 이에 대한 반대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는데, 10일 현재 무려 23만명이 참여한 것은 이대로가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절실함의 표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모하임 대표는 "외국 회사인 우리는 선택권이 있지만, 한국 게임사들은 이마저도 없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더 심해지면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의 게임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었다.
한편 모하임 대표는 블리자드의 변화를 강조했다.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을 통해 AOS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액션 카드 게임 '하스스톤' 등 신작을 선보였다. 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5번째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디아블로3'의 확장팩인 '영혼을 거두는 자' 등도 소개했다. 특히 '하스스톤'의 경우 기존 PC와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블리자드의 첫번째 모바일게임인 셈이다. 모하임 대표는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잘 안다. '하스스톤'의 반응을 보면서 모바일로의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사내외 모바일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14일부터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2013'에 4개의 신작을 모두 공개한다. 한국의 블리자드 팬들이 지스타를 찾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너하임(미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