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스트'의 유명한 물레 장면. 주원과 아이비가 샘과 몰리를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작품을 보고 나서 제작진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LED 제작 비용이 얼마나 들었냐'고. "10억원이 넘게 들었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뮤지컬 '고스트'의 무대는 압도적이다. 첨단 LED를 동원해 마술같은 영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한 편의 영화, 그것도 아이맥스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스트'의 영상은 현란하고,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하다. 달리는 기차가 횡(橫)에서 종(縱)으로 전환하는 장면을 비롯해 샘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 등 입에서 '와~'하고 절로 찬사가 나오는 순간이 많았다. 아울러 그간 제작진이 숨겨온 '마술적 기법' 또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뮤지컬에서 전통적인 세트의 개념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오르락내리락, 들락날락하는 세트는 점점 사라지고 3차원 영상이 이제 대세다. 전통 세트의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를 보는 맛이 사라져 아쉽기는 하지만 영상으로 이 정도 효과를 구현한다면 뭐라 트집 잡기 힘들 듯 하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향연장이지만 내용은 더할 수 없이 아날로그적이다.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 죽어서도 연인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남자의 영혼. 20여년 전 패트릭 스웨이지(샘 역)와 데미 무어(몰리 역)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이 개봉했을 때 서울 시내에서 '언체인 멜로디'가 흘러나오지 않는 카페가 없을 정도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뮤지컬에서도 나오지만 샘과 몰리가 함께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는 장면은 사랑의 영원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오랜만에 뮤지컬에 컴백한 샘 역의 주원은 그간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충분한 연습량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다양한 팔색조 변신을 선보여온 아이비는 연인의 부재에 아파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되찾아가는 몰리 역을 차분하게 소화했다. 가창력 뿐 아니라 연기력도 한단계 성숙한 느낌이다. 두 배우의 열연으로 테크놀로지의 홍수 속에서 사랑의 불멸성이 살아났다. 샘의 영혼이 억울함을 풀고 하늘로 올라가는 마지막 이별의 순간, 슬픔을 넘어선 사랑의 위대함이 가슴 속에서 꿈틀댔다.
영매 오다메 역의 중견 최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푼수처럼, 때로는 촌닭처럼 무대를 휘저으며 '웃음 코드'를 책임졌다. 샘 역의 주원을 향해 "내 스타일은 아냐"라고 중얼거릴 때 객석은 그야말로 뒤집어진다.
'오, 마이 러브~'로 시작하는 '언체인 멜로디'는 이 뮤지컬에서는 변주된 형태로 등장한다. 오리지널을 듣지 못해 아쉽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