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김사부·조들호·이재한, 우리가 이들에게 열광한 이유

최종수정 2016-12-07 14:0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언제나 '사람'이 먼저였던 정의로운 이들이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지난 달 7일 시청률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연출 유인식·박수진, 극본 강은영)가 지난 5일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20%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제(6일) 방송은 시청률 22.8%를 기록, 또 다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인기에 중심에는 한석규가 연기하는 타이틀롤 김사부가 있다. 김사부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까지 트리플보드를 달성한 국내 유일무이한 실력을 가진 외과의다. 하지만 시청자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실력이 아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따스한 인간성과 의사로서의 강한 책임감에 있다.

지난 6일 방송에서고 그런 김사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6중 추돌 사고 후 응급환자들이 들이닥친 돌담병원. 쏟아지는 환자들로 인해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김사부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병력이 있는 윤서정(서현진)의 과거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김사부에게 지료 정치 처분이 내려진 상황었다.하지만 김사부는 자신에게 내려진 처분보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했다. 감사는 김사부의 의료 행위를 막았지만 김사부는 감사의 처분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지침은 횡포다"라고 뼈 있는 말을 날렸다.
더욱이 소아 수슬 특성상 어린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김사부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감사의 딸이 실려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는 '원칙'을 들먹이며 김사부의 수술을 막아 주변을 경악하게 했다. 이에 김사부는 감사에게 "난 내일 할 테니까 넌 네 일 해라. 네가 뭘 어쩌든 나는 이 아이 수술 해야겠다. 네가 아직 뭘 모르는 것 같은데 내 구역에선 하나 밖에 없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거 하나 밖에 없다"며 의사로서의 책임감과 소신을 밝히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김사부는 감사에게 "열심히 살려는 건 좋은데 우리 못나게 살진 말자. 사람이 뭐 때문에 사는지 알고나 살아야 하지 않겠나"고 전하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람'임을 강조했다.

이런 김사부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지난 5월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연출 이정섭·이은진, 극본 이향희) 속 조들호(박신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명품배우 박신양이 연기한 조들호 역시 김사부처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을 했던 인물이다.
극중 조들호는 한때는 잘나가는 검사였지만 검찰의 비리 고발로 인해 동네 변호사로 전락했다. 모든 걸 잃은 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억울한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들의 생각과 말을 대변하는 일임을 깨달은 그가 법과 권력이 무서워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불쌍한 이들의 재판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런 조들호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특히 유치원 원장의 만행으로 누명을 뒤집어 쓴 교사의 변호를 맡았던 조들호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다. 침묵하고 있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 한다"고 외치던 모습은 큰 울림을 줬다.

지난 3월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연출 김원석, 극본 김은희)의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조진웅)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짜 순경 시절부터 이재한은 권력자가 아닌 서민의 편에 서던 사람이다. 비리 경찰의 표본인 김범주(장현성) 국장이 자신의 상사로 와도 굽힐 줄 몰랐다. 오히려 김범주 국장에서 "나는 당신과 다르다"고 당당히 외쳤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동료가 돈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김범주 국장에게 넘어가 인주여고생 사건을 조작했을 때도 이재한만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한 사건을 끝까지 놓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지도 않았다.
피해자의 유가족을 대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이재한은 범죄자를 잡는 것과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어떻겠냐.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 같을 거다. 거기서 우리가 덜어줄 수 있는 양은 이거 합친 거 이 정도 밖에 안돼 그러니까 그런 생각으로 그런 각오로 법인을 찾아내서 수갑을 채우는 거 그게 우리 일인거야"는 그의 진심어린 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형을 잃은 어린 박해영(이제훈)의 뒤를 말없이 지켜주며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부패한 권력과 힘, 비인간적인 시스템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밀려나고 있고 있는 지금, 언제나 힘 있는 사람이 아닌 약자의 편에서 '사람이 먼저다'를 외쳤던 이들. 이들이야 말로 우리가 바라는 현실적인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들에게 열광했던 가장 큰 이유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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