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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아쉽다.
제작진도 믿을 만 했다. '호구의 사랑' 등을 드라마화 한 전적이 있는 유현숙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고, '공주의 남자'를 연출한 김정민PD가 메가폰을 잡았다. 김정민PD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몰입도 높은 연출로 흥행을 기록했던 바 있어 이번 '우리집에 사는 남자' 역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작품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10월 24일 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것도 잠시, 11월 7일 경쟁작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작하자마자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 3~4% 대 시청률에 머물던 작품은 결국 지난 13일 4%의 시청률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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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토리 라인이 약했다. 초반부에는 난데없이 나타나 자신을 아빠라 소개하는 연하남과의 러브라인이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점점 스토리가 산으로 갔다. 고난길과 홍나리가 부녀 관계라는 핸디캡을 딛고 어떻게 연인 관계로 발전할 것인지가 이 작품의 최대 관전포인트였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빚과 땅, 조직폭력배 관련 이야기만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면서 흥미도가 떨어졌다.
물론 제작진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원작 웹툰 자체가 후반으로 갈수록 맥락없는 전개로 혹평받았던데다 드라마화 하기엔 분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핸디캡을 알고 있었기에 여러가지 설정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헛점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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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도여주(조보아), 권덕봉(이수혁) 캐릭터의 존재감이다.
도여주는 자신을 아껴줬던 선배 홍나리의 남자친구까지 빼앗은 뻔뻔한 캐릭터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악역 캐릭터로 홍나리와 대치 관계를 이뤘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도여주의 불쌍한 과거사 등을 열거하며 동정표를 모으려 했다. 이 전략은 당연히 실패했고, 오히려 극이 산만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권덕봉 캐릭터의 활용도 아쉽다. 애초 권덕봉은 홍나리-고난길과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해야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권덕봉의 활약은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 극에서 겉돌기만 하다가 도여주와의 러브라인이 생길 뻔 하고, 그러다 마지막 2회를 남긴 상태에서 갑자기 홍나리 편에 서는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존재감이 사라졌다.
만약 도여주, 권덕봉 캐릭터를 좀더 잘 활용했다면 다른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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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애와 김영광이다. 수애는 첫 회부터 기존의 우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사랑스럽운 코믹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김영광 역시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로 응답, 두 사람의 찰떡 케미가 빛을 발했다. 이로써 수애는 다시 한번 '믿고보는 배우'의 저력을 과시했고, 김영광은 배우로서의 능력을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비록 드라마가 고구마 전개로 흥행에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매니아층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유기농 힐링 로코'라는 평을 받게된 것이다. 마지막회 엔딩 역시 주인공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가족과 집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 후속으로는 '화랑'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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