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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주말극의 양대 산맥이 떠올랐다.
'황금빛 내인생'은 지난 2일 19.7%의 시청률로 출발, 2회 만에 23.7%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22.9%)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2.4%) '아이가 다섯'(24.6%) 등의 첫방송 시청률에 비하면 살짝 뒤쳐지는 수준이지만 성추행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박시후의 복귀작으로 반대심리에 부딪혔던 것을 고려하면 안정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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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절대 히어로'를 없앤 것이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항상 악녀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절대자'가 등장했다. '아내의 유혹'의 민현주 사장(정애리), '왔다 장보리'의 문지상(성혁), '내 딸 금사월'의 신득예(전인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언니는 살아있다'는 양정아 김다솜 손여은 등 악역 군단과 장서희 김주현 이지훈 오윤아 등 선역 군단이 매번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구도로 극을 끌어간다. 서로 힘을 합쳐 진실을 묻기도 하고, 그것을 파헤쳐 정의를 구현하려 하는 이들의 공수전은 막장인 줄 알면서도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SBS는 이를 두고 'RPG(Role Playing Game, 역할 게임) 판타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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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경 작가의 특징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막장 요소를 교묘하게 결합시킨다는 것이다. 막장 요소는 다분하지만 적절히 현실적인 판타지와 버무려가며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막장 드라마에 대한 거부반응을 잠재운다.
그의 데뷔작이었던 MBC '진실'에서는 국회의원 운전기사의 딸인 최지우가 국회의원의 딸인 박선영의 갖은 음모와 계략을 이겨내고 부잣집 외동아들인 류시원과 사랑에 골인하는 내용을 그렸다. SBS '황금빛 유산'에서는 계모의 계략으로 가족과 헤어지고 재산까지 모두 잃은 한효주가 계모의 계속되는 음모를 뚫고 재벌 3세 이승기와 맺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KBS2 '내 딸 서영이' 또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을 버리고 재벌가 아들과 결혼과 이혼, 재결합을 반복하는 이보영의 이야기를 그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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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언니는 살아있다'와 '황금빛 내인생'은 장르를 규정한다면 분명 막장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작품이지만, 미니시리즈에 버금가는 속도감 있는 연출과 전개, 탄력적인 대본, 입체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같은 막장 드라마라도 그 품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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