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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이야기가 담겼던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 영화를 위한 '가상의 세계관'이기만 바랬던 그의 여성관은 그의 삶을 녹여낸 것이었다. 'PD수첩'을 통해 공개된 '거장 감독' 김기덕의 민낯은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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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여배우 A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 감독의 성관계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조재현이 등을 떠밀어 김 감독의 방 앞까지 가게 됐다는 그는 방 안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지만 김기덕이 화를 냈고 이에 어쩔 수없이 방에 들어가자 김 감독이 성관계를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김 감독의 이야기 도중 바지를 벗거나 가슴을 꼬집는 행위를 일삼었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에게 이같이 끔찍한 일을 당한 건 A씨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B는 오디션에 참여한 후 김가독이 따로 만남을 요청했고 이후 2시간 동안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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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PD수첩' 측은 입장을 듣기 위해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김기덕 감독은 이후 장문의 문자를 통해 "영화 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으며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관심으로 키스를 한 적도 없다.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동의하에 육체적 관계를 가진 적은 있다"며 성폭행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려던 조재현은 "조사 들어가면 말씀드리겠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게 많다"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PD수첩'이 김기덕 감독의 추악한 민낯에 대한 방송에 대한 예고를 내보낸 이후부터 방송이 종료된 후 지금까지 김 감독 측은 취재진의 연락을 모두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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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데뷔작 '악어' 이후 '나쁜 남자'(2001), '해안선'(2002), '사마리아'(2004), '빈 집'(2004), '시간'(2006), '숨'(2007), '피에타'(2012), '뫼비우스'(2013), '일대일'(2014), '그물'(2016) 등의 작품을 선보여온 김기덕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 됐다. 하지만 잔혹하고 끔찍한, 특히 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태도가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작품에 대해 대중의 호불호는 분명했다. 이에 평소 그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김기덕 감독은 "진짜 내 인생과 영화 속 세계는 별개"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달 17일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으로 초청받은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내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안전과 존중이다. 그런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과연 그에게 '안전'과 '존중'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되묻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